"미흡, 또 미흡…" 국회서 난도질 당한 '세법개정안'

정부가 경기회복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세법개정안의 정책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내외 경제여건 때문에 제도추진에 따른 효과가 유동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세입확충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비과세·감면 정비율이 미흡, 복지지출 등 증가되는 재정소요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청년고용증대세제·ISA 등 세법개정 정책효과 '글쎄'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법개정안의 기본방향은 현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되나, 정책지원의 효과가 일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선 예정처는 '청년고용증대세제'의 고용증대 효과에서 대해 "일시적 보조금 성격의 세제지원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2%대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등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과거 정책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청년고용 확대가 용이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가 운용됐던 1년(2004~2005년) 동안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임금근로자 취업자수 증가율이 오히려 낮아졌고, '고용증대세액공제'가 운영된 1년(2010~2011년)도 취업자수 증가율이 하락한 바 있다.

특히 저금리 시대 저소득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해주기 위해 마련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되려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예정처는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가입 대상군 중 적자가구 비율이 높고 납입금액이 클수록 절세효과가 커지는 등 제도의 특성상 고소득층에 유리할 수 있어, 해당 제도가 일몰예정인 종전의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욱이 저소득 계층의 경우 납입액 12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됐던 재형저축(올해 일몰예정)에 비해 감면 혜택이 줄어들 여지도 있다는 것이 예정처의 설명.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와 관련해서는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 및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해외펀드의 위험이 커지는 등 해당 제도를 도입할 유인이 감소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종교소득 과세방안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예정처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종교인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는 점, 필요경비율 차등화 적용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 등 타 소득과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와 함께 종교소득 파악률 제고방안 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무용 승용차 관련 과세방안에 대해서는 "로고 부착 및 임직원 보험가입 요건은 1회성인 형식적 요건으로, 실제 업무 관련 주행실적이 낮거나 로고 등의 표식을 탈착하고 주행할 유인이 존재한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별소비세 과제기준 완화 조치와 관련해서는 대용량 가전제품 중 상당수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이상으로 과세 제외대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개소세 폐지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마장 장외발매소와 경정장·경륜장 장외매장 입장행위에 대한 세율 인상에 대해 "사행행위를 줄이기 위한 조치이나, 입장비용 부담을 늘리는 조세요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정수요는 늘어나는데…", 턱 없이 부족한 세입확충 방안

문제는 올해 세법개정안의 정책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더불어,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당할만한 세입확충 방안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행정부 기준 전년대비 세수효과는 향후 5년간(2016~2020년) 총 1조892억원으로, 지난 3년간(2012~2014년) 세법개정안의 평균 세수효과(2조16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입확충 부진 요인으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율이 꼽히고 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한 총 88개 항목 중 19개는 일몰될 계획으로 항목 수 기준 정비율은 21.6%에 달한다. 그러나 대규모 항목들이 일몰연장 됨에 따라 정비액은 지난 3년간(2012~2014년) 평균 9934억원의 4분의 1 수준인 2468억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세법개정안(조세지출의 일몰연장효과 포함)'에 따른 2016~2020년의 세수효과는 총 7조1000억원 감소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비과세·감면 혜택 비중이 높은 대규모 법인을 대상으로 'R&D 비용 세액공제의 공제율 조정' 등 추가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예정처의 설명이다. 예정처는 올해 세법개정안의 법인세 부문 세수효과는 935억원으로, 지난 3년간(2012~2014년) 평균 세수효과 6553억원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이 세입기반이 약화됨에 따라 '증세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경제의 저성장세와 복지지출 확대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조세부담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5~2019년 조세부담률은 17% 후반에서 18% 초반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높은 가운데 복지지출 비중이 낮았던 2000년대 초반의 세부담 수준.

예정처는 "중장기적인 세입확충 방안에 대한 검토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목별로 세수입 확충방안 살펴보면,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 구간에 대한 추가적인 누진도 강화 또는 과도한 면세자 비중 축소 방안 등이 거론됐다. 법인세는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비롯해,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에 대해 한시적인 부가세(surtax) 과세 방안 등이 언급됐으며, 부가가치세는 세수효과와 소득역진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감안한 세율인상안도 제시됐다.

예정처는 "향후 저상장세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 복지 재정수요 증대와 통일 등 경제·사회적 구조변화 등에 대비해 특정 세목 위주의 대안 보다는 종합적인 세제개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복지재정 확대 추세와 이를 위한 추가적인 세원조달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