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부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액공제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기부)범위를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 또는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다는 근거로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기부에 대해서는 '배당의 강제' 등을 전제로 출연비율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사진)는 20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후원하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방안 토론회'에 참석, '기부활성화를 위한 법적 쟁점 및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했다.
□ "기부금 세액공제 범위 확대해야…" = 우선 기부금 공제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되었으나 제도 개선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기부금 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발제문에 따르면 기부금의 가격탄력성(세금공제율 변화에 따른 기부행위 변화 정도)이 1보다 큰 경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게 되면 사회 전체의 순기부액은 감소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부금의 가격탄력성이 7.5~9.9에 해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것.
다시 말해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전환이 기부문화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소리다.
실제 기부금 세액공제 전환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기부금이 1조2571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해 약 12.5% 감소한 규모. 제도변화로 인한 세수증가액은 730억원.
결과적으로 1조1841억원의 순기부액 감소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정산시까지 제도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던 기부자들이 2014년 연말정산을 경험한 후 올해와 내년의 기부금 결정에 소극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교수는 "기부금의 세액공제에 경제적 효과상 문제가 있더라도 다시 소득공제로 바꾸는 것은 어려우므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15% 세액공제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제액을 소득공제와 비슷한 수준인 25%로 인상하거나 소액기부에 대한 공제율을 40%로 인상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일본과 같이 납세자에게 기부금공제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일본은 납세자의 조세저항 방지 차원에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방식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부여하고 있다.
□ "공익법인 주식기부 한도 상향조정해야" =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출연)할 때의 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공익재단에의 주식 기부를 통한 부의 사회 환원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된바 있다.
가령 모 그룹 회장이 어떤 재단에 주식을 기부했다고 치자. 이 때 출연된 주식의 수가 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5% (성실공익재단인 경우 10%)를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재단이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과 보유 등에 대한 규제 타당성에 대해 완화 내지 폐지하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규제가 공익활동을 위한 기업들의 주식출연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공익법인 출연 주식들이 재원조달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근거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문제는 공익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통상의 경우에 비해 좀 더 많은 배당을 받고 있거나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이나 배당수익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는 것.
이 교수는 "출연주식에 대한 배당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있는 경우에만 주식기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배당의 강제' 등을 전제로 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비율 제한을 20%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주식출연 자체에 대한 제한보다는 출연을 허용하되 공익법인의 영리법인 지배를 방지하는 관점으로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공익법인의 기업지배를 용인하는 독일의 입법례를 감안해 장기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인식도 전환이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기적 관점으로는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 등에 대한 주식출연의 규제 완화 ▲주식신탁에 대한 적용 배제 ▲주식담보에 대한 제한 완화 ▲의무지출기준을 운용소득의 70%에서 순자산의 5% 등으로 전화하는 등의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 "공익법인, 외부감사 강화 등 회계투명성 높여야…" = 공익법인의 공시실태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익법인 가운데 사회복지법인으로 대상으로 한 홈페이지 공시실태 조사에서 23%의 법인이 홈페이지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부금을 공시하지 않은 법인은 전체 대비 33%에 달했다. 더욱이 외부감사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시한 법인은 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에 공익법인이 받는 외부감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현재 기부단체가 고유목적사업을 위배하거나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등이 있는 경우에는 외부감사인의 강제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또한 공시불이행에 대한 제재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규정 위반에 대한 사항을 강제적으로 공시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이 밖에 공익법인에 대한 통일된 회계기준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통일된 회계기준을 제시하려면 공익법인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주무관청의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교수는 "기부활성화 정책의 중요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 여부에 대해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기부가 다른 법률의 목적과 충돌하는 경우 해결 범위를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