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김무성 "국민 공감 올바른 교과서" 문재인 "식민지 근대화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여야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9월부터 '교과서 국정화 비밀 TF(테스크포스)'를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정화 갈등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은 전날(25일) TF운영 소식을 접하고 TF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을 찾아 현장 확인을 시도했지만 TF사무실에 있던 교육부 관계자들이 경찰에 신고한 뒤 사무실 문을 잠그고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아 대치상황을 벌였다.
교육부는 해당 TF가 국정교과서 관련 업무가 증가해 현행 팀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보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26일 "명백한 위법". "5공 회귀"라고 압박했고 여당은 전날 대치한 야당을 향해 "화적 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야당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여직원 김 모씨와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서 대치한 상황을 상기시키며 "공무원 감금"이라고 비꼬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듭 "만에 하나 새로 만들어질 역사교과서 내용이 부실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면 국민으로부터 저절로 지탄받고 외면당할 것이며, 그 모든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라며 "소모적인 논란을 접고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집필진을 구성해 모두가 공감하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특히 김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부의 국정화 비밀TF'라며 TF건물을 급습한데 대해 "어제 밤부터 야당 국회의원들은 들이 닥쳐 공무원들을 감금하는 그런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이런 일을 해도 되는지 정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교육부가 자료 요구가 급증하는 등 업무에 대해 인원을 보강하고 산하기관에서 정상적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업무방해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겨냥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저는 이것을 대하는 순간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그 집을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감금한 것이랑 똑같은 짓이 생각났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야당이 '화적 떼'는 아니지 않나? 정당한 업무집행을 하는 현장에 찾아가 아직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야당이 정신차려야 한다. 부끄럽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106돌을 맞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교과서 국정화 저지 '여론전'을 강화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아베정권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해 1월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며 "불행히도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과 똑같은 역사인식이 지금 대한민국에도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문 대표는 "지금 박 대통령이 말하는 '올바른 역사교육을 국민들이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역사인식이 국민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내팽개치고 1년짜리 정권교과서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할 지, 국정화를 포기하고 민생에 전념할 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는 일제를 통해 대한민국이 근대화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고, 김구 선생을 테러활동을 한 자로 격하하고 위안부를 일본의 꾐에 빠진 무지한 여성으로 모욕했다"며 "5·16 쿠데타는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으로 미화됐다"고 질타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며 '청소년들의 잘못된 역사관을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고 박 대통령의 역사관을 질타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교육부의 국정화 비밀TF'와 관련해 "TF는 국정화 발표 이전부터 청와대 직보(직접보고) 시스템을 갖췄고, 언론·시민단체·온라인 동향 파악, 쟁점 발굴 등 통상적 지원조직으로는 할 수 없는 특이한 업무를 했다"며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조직체계를 무시하는 법 위의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직접 관할한 팀으로 추정 된다"며 "정부조직법상 설치근거 박약한 조직이고, 비공개로 운영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정책지원 조직 보다 5공화국 시절 관계기관대책회의와 비슷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106돌을 맞은 것과 관련해 "박근혜정권은 안 의사 같은 분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폄하하는 자들을 동원해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며 "안 의사는 민족정신의 표상으로, 단단하고 굳건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정의로운 항전"이라고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자학사관'을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후 양당 대표들은 전남 여수를 찾아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토론회에 나선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마련한 '여야 정당 대표 초청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하는 두 대표는 지난 22일 청와대 5자회동에서 교과서 국정화로 설전을 벌인 후 처음 조우하는 것이어서 이날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발언이 오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