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 회동, 결국 '빈손'…국정화 갈등, 내년 총선 영향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5자 회동이 결국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현안에 대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양측의 입장이 완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국정화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로 규정,'국정화 철회'를 압박했지만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거듭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교과서"라고 강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면서 정기국회에서 논의 될 민생·경제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는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로 규정하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제 역사교과서는 국사편찬위와 역사학자, 전문가에게 맡기고 국회는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 달라"며 "국민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하고 획일적인 역사교육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벽을 마주한 암담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학계와 종교계, 직접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반대하고 있어 향후 내년 20대 총선거의 향배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회동 전부터 대변인 배석-모두발언 놓고 '신경전' = 사실 이날 청·여·야 5자 회동 결과에 대해 밝게 전망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적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거듭된 여야 간 '충돌'과 의제에 대한 상반된 입장 때문이었다.

이날 회동 전부터 대변인 배석과 모두발언 공개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 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새정치연합은 대변인을 배석시키는 것이 관례이자 정석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양측 대변인 없이 회담을 진행하자고 반대했다. 모두 발언 역시 청와대는 비공개를, 새정치연합은 관례에 따른 공개를 각각 요구했다.

양측의 신경전을 들여다보면, 청와대측은 야당이 대변인 배석과 모두발언 공개를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압박하는 내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국정화 철회'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 교과서 국정화-경제 위기 해법, 판이한 입장차…총선 영향력↑ = 문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립'이 내년 총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을 넘어서서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정부 심판' 성격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 반대여론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발표한 국정화 찬반 조사에 따르면 반대가 52.7%로 찬성(41.7%)보다 두자릿수 격차로 앞섰다.(전국 성인 1000명, 유무선 임의전화걸기, 신뢰수준 ±3.1%포인트)

특히 수도권은 반대가 60%에 육박하고 있어 여당 내 수도권 의원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수도권 한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문제가 크긴 크다. 현장에 나가면 학부모들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며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워낙 (국정화)의지가 강한데 사실 영남 빼고는 여론이 안 좋다. 경제도 회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교과서 문제가 내년 총선까지 가면 (수도권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제 역시 3년 임기동안 뚜렷한 성적이 없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세수부족 사태는 매년 지적받고 있어 임기 4년차를 맞는 내년 총선에서 정부 심판론은 거세질 수 있다.

여기에 정윤회 비선실세 개입논란,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회법 거부권 파동 등 권력투쟁으로 빚어진 문제들까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또한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와의 공천 갈등 역시 잠복해 있다.

올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를 제외하고는 정부 주도의 정책 성과물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20대 총선부터 적용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비롯해 하반기 최대 국정과제인 노동·교육·금융·공공 분야 4대개혁 관련 법안 처리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 與 수도권 '조마조마'…"정부, 국면전환 카드 내놓을 듯" =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경제도 어렵고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간단치가 않아서 문제"라며 "정부는 경제 관련법 처리가 지연된 탓을 하지만 3년 내내 탓만 할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 했지만 노동개혁도 연내 처리가 쉽지 않아서 지금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정치연합 한 수도권 의원은 "국정화 문제는 다른 지역은 몰라도 수도권에선 정부여당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대통령 의지가 담긴 대통령 이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어서 어쩔 수없이 총선 때까지, 어쩌면 대선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야권으로서는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국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정부의 교과서 왜곡을 계속 알려나갈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원하는 법안 처리나 노동개혁도 안 된 상황까지 가서 총선을 치를 경우 여당으로서도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연말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협상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교과서 국정화가 선거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숙원일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이 여론전을 최대한 벌이면서 국면전환을 할 만한 카드를 내놓지 않겠나. 국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