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수주산업 분식회계 잦아 회계투명성 필요"
대한상의 "기업 영업기밀 유출 법적분쟁 증가 예상"
회계업계 "회계 감사인 책임느는데 사의도 불가능"
금융감독원이 회계관행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핵심감사제(KAM)의 도입을 미루지 않고 구체적 일정을 세워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8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CAPA Seoul 2015'에서 "최근 수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회계투명성 제고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됐다"고 지적하고 핵심감사제를 조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춘 부원장보는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부터 감사보고서의 정보가치가 재평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줄곧 있어 왔다"며 "감사보고서 개선의 목표는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강화하고 그들의 기대치 차이를 줄이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핵심감사제를 빠르면 2016년, 늦어도 2017년까지는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논의가 생겨났다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보는 "핵심감사제가 국내로 들어오게 되면 회계투명성이 제고되는 것은 물론 회계법인 등 감사인의 부담이 늘어날 순 있겠지만 동시에 감사품질이 개선되고 보수가 현실화 되는 등 감사업무 정상화의 계기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보생산자인 기업과 이들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의 의식의 변화가 뒷받침 돼야 핵심감사제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핵심감사제를 조기 도입하겠다는 금감원에 맞서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핵심감사제는 우리나라와 법률환경이 상이한 영국과 프랑스에선 적극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법률환경이 비슷한 미국에선 거듭 검토되고 있다"며 "이처럼 국가별 회계문화의 상대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보이용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수봉 본부장은 "핵심감사제 도입시 기업이 원치 않는 원천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어 기업과 감사인 간 법적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과 감사인, 정보이용자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감사환경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혁재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핵심감사제 도입시 제3자 즉, 정보이용자에 대한 감사인의 책임이 증대된다"며 "책임을 면하려면 외국과 달리 우리는 정보이용자의 과실을 감사인이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권혁재 부대표는 "핵심감사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감사업무에 문제라도 발생하면 우리나라 감사인은 억울함을 상위기관에 호소할 수도 없고 심지어 사의를 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심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감사제를 도입하면 확실히 감사인의 책임범위가 늘어난다"며 "감사인 법적책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외감법,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거나 실무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등 법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핵심감사제란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회계감사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업측에서는 영업기밀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