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천여명 산재로 사망..사고사망만인률 선진국 5배 육박
기본 안전수칙만 지켜도 사망재해 절반 예방 가능해
이영순 안전공단 이사장 "사업주 안전의식도 중요"
6월 경기 안산 반월공단 내 금속 도장 공장에서 저장 탱크 세척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발암성 물질에 노출돼 사망했다. 8월에는 서울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정비업체 직원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9월에는 현대중공업 하도급근로자가 12m 높이의 작업현장에서 추락해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후진국이다. 6분마다 1명이 산재로 다치고 5시간마다 1명이 사망한다. 산재로 인한 사망자가 선진국에 비해 인구 대비 5배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무시하는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줄지 않는 산업재해… 年 9만여명 발생
3일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산업재해 근로자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984년 15만 7800명으로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후 산업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재해도 차츰 줄었고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산재 다발 사업장인 제조·건설 경기 침체로 산재 근로자는 5만 1514명으로 확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전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2001년 8만 1434명으로 다시 늘었다. 2003년 9만 4924명까지 늘었던 것이 2004~2006년 주춤하며 8만명대를 유지하더니 2007년에는 9만명대를 다시 돌파해 7년째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산재 사망자는 1990년 2000명대를 돌파한 이후 25년째 지속하고 있다. 하루 5.4명, 5시간마다 1명씩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추락이나 끼임 넘어짐 등으로 다친 근로자도 2008년 이후 8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인 근로자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6000명대에서 머물고 있다.
연간 근로자 수 1만명당 발생하는 사고사망자수의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1.45%(2013년 기준)로 선진국 수준(0.3%)과 비교해 5배 가까이 많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대형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필수 안전수칙만 지켜도 산재 줄어
이같은 재해 대부분은 작업 전 안전점검을 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안전수칙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작업 전 방호장치, 보호구 점검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사망재해가 전체의 43.3%로 집계됐다.
화학물질 유출, 화재 등과 같은 대형재해는 주로 화재·폭발·질식·붕괴 등의 형태로 발생했다. 작업 전에 기본적인 안전점검 및 조치 미실시가 주요 원인이었다. 산재로 인한 직접손실액은 2013년 기준 3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간접손실액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은 18조 9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정부에서는 사망재해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산업현장 4대 필수 안전수칙’ 지키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현장 4대 필수 안전수칙은 △보호구 지급·착용 △안전보건표지 부착 △안전보건교육 실시 △안전작업절차 지키기 등이다. 이같이 필수 안전수칙만 지켜도 산재 다발국가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사업주의 안전의식도 중요하다”며 “돈만 벌겠다는 사람은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중에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