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 컨설턴트(32)는 점심시간 급히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딜 가느냐는 동료들의 말에 ‘피부과 시술받으러’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그는 여드름과 모공을 관리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피부과에 들리고 있다.
그는 매일 아이크림, 수분에센스, 선블록 까지 꼬박꼬박 챙겨 바른다. 모두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춘 제품들이다. 1주일에 두 번은 모공수축용 클렌저로 세안하고 주말에는 녹차가루·우유·달걀노른자 등을 섞어 팩을 하기도 한다.
김 씨는 “사람들을 만날 때 아무래도 호감가는 인상을 줘야 계약이 쉽게 성사되는 것 같다”며 “세심한 관리를 위해 1주일에 한번씩 피부과에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모가 하나의 사회적 경쟁력이 되면서 스스로를 가꾸고 꾸미는 ‘그루밍족’(Grooming)이 늘고 있다. 자신을 가꾸는데 비용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뜻한다. 으로 불리는 이들은 점심시간에 피부관리를 받거나 헤어스타일을 주기적으로 가꾸는 것은 물론 성형이나 시술 등으로 디테일하게 외모관리에 나선다.
그루밍족은 1990년대 중후반에 등장, 전 연령대 남성의 공감을 얻으며 남성 뷰티업계트렌드를 이끌어오고 있다.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외모를 젊게 가꿔 경쟁력을 키우려는 중년남성들까지 적극 시술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남성화장품시장은 2012년 기준 1조원대에 육박했고, 최근엔 국내 최초로 남성을 위한 뷰티페어가 열리기도 했다.
그루밍족이 주로 받는 피부과 시술은 흉터, 여드름, 미백, 주름, 모공 치료, 동안시술 등으로 다양하다.
남성은 대개 여드름자국으로 고민하기 마련이다. 청소년기 생긴 여드름 자국이나 흉터가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거나 성인여드름으로 형성돼 피부가 얼룩덜룩한 경우 콤플렉스로 여기기 쉽다. 여드름흉터는 피부상태와 증상에 따라 아이콘XD, 프락셀레이저, 박피시술, 섬유아세포치료제 등으로 치료하고 여드름 붉은 자국은 퍼펙타 혈관레이저 등으로 개선한다.
중년 남성의 경우 탄력관리에 관심을 보인다. 피부는 30대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탄력과 팽팽함이 떨어지며 40대 이후부터 주름이 깊어지고 피부가 심하게 처진다. 주름을 개선하는 데에는 주로 티가 나지 않고 간단한 보톡스와필러 같은 주사시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술받고 곧바로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어 직장남성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연예인 리프팅시술로 알려진 ‘보톡스리프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써마지CPT, 스칼렛, 울쎄라, 슈링크, 에어젠트, 녹는 실을 이용한 실리프팅(마이다스리프팅·회오리V리프팅), 스컬트라, PRP주사, 트리플물광젯 등 자신의 피부타입과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받게 된다.
외모에 신경쓰는 그루밍족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치열한 경쟁에 외모관리가 필수가 되고, 피부가 깨끗한 남자일수록 여성에게 인기가 좋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사람마다 피부상태가 다른 만큼 무리하거나 유행하는 시술만을 고집하기보다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고르는 게 피부관리의 기본이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