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와 악연 全-盧 '조문'…朴대통령 영결식 참석 불투명

◈ 전두환, 건강한 모습으로 직접 조문…노태우 장남 조문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25일 김 전 대통령과 ‘악연’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조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헌화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전 전 대통령은 경호원 2명의 경호를 받으며 이날 오후 4시께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방명록에 자신의 전직 직함 없이 한자로 이름만 쓴 뒤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독교 신앙이 깊었던 분이니까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애도 성명을 낸 바 있다.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악연은 지금으로부터 3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김 전 대통령을 1980년 5·17 조치로 상도동 자택에 가택 연금을 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에 의해 정계 은퇴를 강요당했다.

이후 광주민주화 운동 3년째가 된 1983년 2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전두환 정권에 맞섰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 1985년에는 신민당을 창당해 전두환 정권 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만에 군사독재의 상징인 하나회를 일거에 척결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승한 문민정부로서 1995년 '12·12'와 '5·18'에 대한 책임으로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모두 구속시켰다.

이날 3당 합당과 구속 수사 등 역시 인연과 악연으로 점철됐던 노 전 대통령 역시 장남 노재헌씨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노씨는 이날 오전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방명록에 이름을 간단히 적었다. 분향 후 빈소에 나와 있던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와 인사를 나눴다.

노씨는 기자들에게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고 한때 아버님과 국정도 같이 운영하셨고 또 이어서 대통령도 되셨다"며 "당연히 와서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것이 도의라고 생각하고 아버님도 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올해 각각 85세, 83세다. 전 전 대통령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인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 후 10년 넘게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 중이다.

한편, 두 전직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으로 각각 3000억에 가까운 추징금을 1996년 선고받았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추징금을 완납한 상태고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추징금 2천205억원 중 총 1천121억원(50%)을 환수한 상태다. 

◈ 朴대통령 건강 이유로 영결식 불참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26일 국회에서 거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7박 10일간의 다자회의 해외순방 등 과로로 감기와 체력저하로 25일 일정을 하루 쉬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대두되면서 영결식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영결식이 거행되는 26일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1시간 이상 진행되는 영결식 참석이 건강에 무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국가적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 역시 예외적이어서 불참할 경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23일 8시간 만에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7분'간 짧게 머무르고 방명록에 글도 남기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7분 조문'을 놓고 김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박 대통령 부녀의 악연이 반영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싸우며 의원제명까지 당했고 그 딸인 박 대통령에게는 "독재자의 딸", "칠푼이" 등 서슴없이 비판을 가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때 7박9일간의 중동 4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 리퍼트 대사를 위로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 빈소 방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역대 현직 대통령들도 전직 대통령 서거 시 영결식에 가족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해왔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국회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같은 해 앞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에도 이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하려 했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지지자들의 비난과 격앙된 분위기로 노 전 대통령 측이 만류해 조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경복궁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부인 김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2006년 10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빈소에 이병완 비서실장을 보내 유족을 위로했고 직접 통화를 하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에 직접 참석해 헌화했다.

1990년 7월 윤보선 전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노태우 대통령도 안국동 윤 전 대통령 자택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애도를 표했다. 다만, 가족장으로 치러진 윤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