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이 프랑스·체코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5일 이후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전망이다. 안팎에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9일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정치권은 앞서 사의를 표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후임과 내년 총선에 출마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 등의 후임 인사와 관련해 지난 달 박 대통령이 해외 다자외교 순방을 떠나기 직전 인사단행을 예상한 바 있다.
□ FTA-경제법안 성사, '개각동력' 확보 =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달 12일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밝히면서 국회의 FTA 비준안 처리와 노동개혁 5개 법안,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다자외교 순방을 다녀온 후 지난 달 24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국회를 향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이들 법안 처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우리 상대국들은 모두 국내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라며 "우리나라만이 국회에서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국회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FTA비준안을 예산안과 연계시켜 처리할 뜻을 세우고 야당을 압박,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여야는 마라톤 협상 끝에 전날(1일) 밤 '경제활성화 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관광진흥법, 야당이 주장하는 모자보건법과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일명 남양유업법) 및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이날 일괄 합의됐다.
2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이 처리되면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법안들이 모두 통과가 되는 것이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개각인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 개각 폭, 얼마나 될까? =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개각의 폭이 어느 수준까지 형성되느냐다. 우선적인 개각 대상은 정종섭 행자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이다. 정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고 황 장관과 김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교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윤 장관은 박 대통령 순방에 두 번 연속 불참하며 FTA 비준안 통과에 매달렸다. FTA 비준안이 통과됐을 때 크게 기뻐하는 그의 표정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또한 집권 4년차를 맞아 임기 막바지 레임덕 우려를 씻고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집권 초반부터 함께 했던 외교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장관 등 '원년멤버'들의 교체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연말 개각을 통해 최소 3명, 최대 8명의 장관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실세 장관으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역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지막 임무로 완수하고 기재부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하마평' 오르면 끝(?)…기재부, 또 실세 장관 '고대' = 하지만 현재까지 개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하마평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언론 등에서 보도한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원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어서 청와대 사람들도 대부분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언급하는 사람들 거의 안됐다. 이미 언론에 나오면 장관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이 정부의 불문율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들어 여권 인사들은 개각 관련 보도에 자신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지 않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언론에 이름이 나오면 장관이 못 된다'는 이야기다.
한편 기재부는 최 부총리 급의 정권실세 인사가 다시 수장으로 내려오길 고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회 기획재정위 한 관계자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현오석 전 부총리 때와 지금은 천지차이"라며 "실세가 오면 아무래도 부처의 힘이 세진다고 생각한다. 최 부총리보다 더 센 사람은 어려워도 비슷한 수준의 실세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재부 장관으로 실세가 오길 바라겠지만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더욱이 청문회 징크스가 큰 정권 아닌가. 그래서 청와대가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대신 정부 경제정책을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관리형 인사로 발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