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3일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했거나 기부금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기부금수령단체 63개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이들 대부분은 종교단체로, 수수료를 받고 백지 기부금영수증 등 남발하고 타 종교단체의 고유번호를 도용해 거짓 기부금영수증 발급하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원하는 만큼 적어내시오"…'백지 기부금영수증' 발급
국세청은 단체 규모에 비해 A단체에서 발급한 기부금영수증 합계가 과다한 것에 혐의를 두고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단체는 건당 5~10만원을 받고 임의로 금액을 기재할 수 있는 '백지 기부금영수증'을 수 백건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B단체는 주택가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소규모 종교단체로, 연말이나 연초에 신도 및 신도의 지인 등이 찾아와 기부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면 B단체의 상호와 직인이 찍힌 백지 기부금영수증 서식을 준 것을 드러났다.
아울러 이 단체는 신도가 직접 본인의 인적사항과 200만원 미만의 기부금액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수 백건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에 기부금영수증 발급내역, 기부금 관리 통장거래내역, 신도관리카드 등을 대사해 거짓기부금 발급금액 수 십억원을 적출했다.
이어 기부금단체에 거짓 기부금영수증 발급 가산세를, 거짓 기부금을 과다공제 받은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성실신고 방해행위로 사법당국 고발 조치했다.
□ "수수료만 내면 영수증 끊어줍니다"
C종교단체 대표는 주로 연말정산 또는 소득세 신고기간에 신도와 신도가 소개한 사람의 기부금영수증 발급 요청에 따라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수 백건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대표는 약 2~3%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뛰어난 장사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국세청은 C종교단체에 거짓 기부금영수증 발급 가산세를 부과했다. 또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수취받은 근로자 또는 사업자에게 소득세를 추징하고 성실신고 방해행위로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했다.
□ 종교단체 직인 도용…종교단체로 둔갑한 '철학관'
주택가에서 종교단체 간판을 내걸고 실제는 사주, 궁합 등을 봐주는 철학관을 운영해 온 D단체는 지인들로부터 여러 종교단체의 기부금영수증을 수집해 고유 번호를 알아낸 뒤, 도장업체에서 그 종교단체의 직인을 제작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D단체는 이를 통해 발급 금액의 일정 수수료를 받고 도용한 고유번호와 도장을 이용해 수 십억원의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D단체에 거짓 기부금영수증 발급 가산세를 부과했다. 또한 거짓 기부금을 과다공제 받은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추징하는 한편,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성실신고 방해행위로 사법당국 고발 조치했다.
□ 종교단체 기부금으로 위장한 학교법인 인수사례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E법인은 학교법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학교법인의 설립자에게 인수사례금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후 인수사례금을 F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을 빌려 전달하기로 모의한 후 F단체의 계좌로 입금하고 바로 학교법인 경영자의 모친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F단체는 실제로 기부금을 받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등 인수사례금 전달 역할을 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에 기부금을 부당 손금처리한 E법인에 대해 수 억원을 추징하고 인수사례금을 받은 설립자에게는 종합소득세를 추징했다. 또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한 F단체에게는 가산세 수 억원을 추징했다.
□ 건당 5만원에 팔아먹은 대기업 근로자의 '양심'
G단체는 종교단체로 등록은 되어 있으나, 실제로 종교 활동은 거의 수행하지 않으며 신도들도 없는 말 그대로 '유령단체'였다.
이 단체는 지인들의 부탁으로 건당 5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원거리에서 근무하는 대기업 근로자와 고소득자영업자 수십명에게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일괄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기부금영수증 발행대상, 입출금 증빙 등을 구비하지 않은 거짓기부금영수증 발금금액 수십 억원을 적출해 기부금단체에 거짓 기부금영수증 발급 가산세를 부과했다. 아울러 거짓 기부금 영수증 수취받은 근로자 또는 사업자에게 수십억원에 달하는 소득세를 추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