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그 쓰임이 늘어가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거래에 과세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세법의 '열거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보고 '포괄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사실상 통화로 이용되는 등의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열거주의 세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4일 정승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세법학회, 한국세무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조세연구포럼, 한국국제조세협회 주최로 열린 '제10회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새로이 등장한 자산 유형이며 현행 세법 규정상으로 분류하기에는 '신종유형의 무형자산'으로만 분류가 가능해 그 본질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5년 유럽 사법재판소의 Skatteverket v. David Hedqvist Case에서는 부가가치세의 영역에 한정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화의 일종으로 분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분류 기준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성격과 본질을 담아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해외의 접근방향은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정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이 실제 유통되는 과정이 현금과 같이 사용되고 있는 측면이 있고 우리나라 법제상 금전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며 "독일의 사례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의 경우도 현행의 제도적인 틀에서만 논의하지 않고 '새로운 유형의 금융자산'으로 '암호화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가상화폐가 거래 될 때 그 차익에 대해 과세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세제상의 구조, 즉 열거주의 시스템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거주의 체계만으로 사회의 변화를 정상적인 속도로 따라가는데 한계 상황에 다다르게 되었다"며 "합리적으로 세원을 발굴하고 조세제도의 수평적 공평성 확보를 위해서 포괄주의 과세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 부연구위원은 가상화폐는 그 기술적인 특징으로 인해 기존의 조세회피처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제3자 매개자인 금융기관이 없어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가상화폐가 '초(超)조세회피처'(Super Tax haven)로 여겨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며 "거래정보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해서 일정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방안은 기존의 금융거래의 구도에서 거래가 모이는 대체 부분을 찾아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가상화폐의 거래 구조 자체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모색 방안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미국의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이 유용한 제도적 틀이 될 수 있다고 정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형 접근법을 따른다고 한다면 과세관청에서 납세자의 자발적인 신고와 동시에 거래소의 거래정보 보고를 위해 별도의 세제상 조항 또는 사무처리규정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