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에서 '분열' 아이콘으로…새로운 세력 만들 수 있을까?
총선 4개월여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사진)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야권 '분열'이 가속화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와 '혁신'을 부르짖으며 정계에 입문한 안 의원이지만, 민주당과 합당, 창당 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야권 분열만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전날(13일) 탈당 선언문에서 "저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혁신 불능'과 '분열의 책임'을 새정치연합, 나아가 현 '문재인 대표 체제'에 돌렸다.
□ 安, '혁신전대=문재인 사퇴'만 주장…文 제안 모두 거절 = 하지만 사분오열되는 당의 위기에서 안 의원의 역할과 책임 역시 적지 않다. 지난 해 3월 민주당과 통합 창당한 주인공이며 야권 대선주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당의 운명을 짊어진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는 문 대표가 그동안 혁신위원회 구성부터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체제 제안, 안 의원이 내놓은 혁신안 수용 등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철저히 이 제안들을 부정, 거부해왔다.
안 의원은 오로지 '혁신 전당대회'만을 주장했다. 문 대표의 '문-안-박' 공동체제 제안을 부정하고 내놓은 안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문 대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혁신 전대는 앞서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며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들 역시 자진사퇴를 해야 가능하다. 안 의원의 요구로 아무런 정당성 없이 대표직과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야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을 중심으로 한 정당정치 원리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안 의원은 혁신전대를 내세운 이유로 "이제는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파격이나 획기적인 이벤트가 없는 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혁신전대 '이벤트' 연출…당 소속의원 다수지지 못 받아 = '획기적인 이벤트'라는 충격요법으로서 혁신전대를 내세운 것은 결국 국민게 보여주기식 해법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대선 패배를 한 문 대표가 대표가 된 이후 재보선에서도 연이어 패배를 한 만큼 문 대표 체제로서는 총선승리가 어렵다는 인식에서 문 대표 체제 붕괴는 비주류와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 의원들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혁신전대 이후 혁신전략도 빠져있고 현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방점이 찍힌 혁신에 당 소속 의원들조차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재선의원은 "정치는 '명분'인데, 혁신전대 내용이 없지 않느냐"며 "지금 지도부가 내려오는 게 혁신이라는 이야기인데 내려오면 대안이 있나. 안 전 대표도 대표를 했지만 새정치, 혁신을 보여줬는가. 혁신전대의 내용에 의문이 있고, 전대로 이목만 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혁신을 관철해내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의 혁신전대에 동조하는 의원은 소속의원 127명 중 비주류 일부다.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구당모임 19명과 통합행동의 현역 의원 4명, 주승용·유승희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다. 한 언론사가 새정치연합 초·재선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혁신전대를 찬성한 의원은 단 2명(5%)뿐이었다.
안 의원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던 수도권 의원들의 '문-안 공동비대위'마저 "문·안·박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거부했다. 수도권 의원들 64명 중 40명이 서명한 문-안 공동 비대위는 두 사람을 공동 대표로서 공천권 등 전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이었다.
또 그동안 안 의원은 문 대표 체제 내에서 만들어진 모든 혁신안들을 거부한 점도 그에게 야권 분열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게 한다.
□ '설득'보다 자기주장만…보수여당 '폭주' 막을 수 있을까 =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몇 달 동안 논의 끝에 내놓은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동안 안 의원은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가 김상곤 혁신위가 마무리되자, "김상곤 혁신안은 실패했다"고 비토를 놓았다.
앞서 혁신위원장 자리를 김상곤 전 경기도지사에게 제안하기 전에 문 대표가 안 의원에게 제안했지만 거부했고, 인재영입위원장 자리 역시 거절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국민과 현장에서 괴리된 정치행보를 보여 왔다. 당이 주체적으로 진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문화제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난 5일 당 소속 의원들이 나선 '2차 민중 총궐기'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이며 '설득의 기술'은 정치인의 능력이다. 야권 지도자로서 보수여당의 폭주를 막아내는 것이 스스로 정한 '정치를 하는 이유'라면 그동안 안 의원의 행보로 볼 때 이러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이, 힘이 부족했다"고 자신의 무능을 인정한 상황에서 혈혈단신, 광야로 나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야권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탈당하는 것은 분열밖에 안 남기는 행동이다. 더욱이 새누리당 폭주를 막아야한다면 야권이 모두 뭉쳐도 모자를 판국인데"라며 "문 대표 역시 포용하지 못한 비판을 받아야겠지만 안 의원이 조직인의 도리로서, 정치인의 명분으로서 그동안 어떤 행보를 보였는가. 그것 역시 혁신에 대한 평가다. 어찌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