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6년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운용방향의 핵심 키워드로 '저성장·저물가 탈피'를 택했다.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임을 감안할 때 올해 수준인 2%대 저성장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저물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실질성장률보다 경상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됨에 따라, 국민들의 체감경기도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내수중심의 경기개선이 이어지도록 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수출을 회복시키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부터 당초 계획했던 목표치보다 재정을 더 투입하거나, 투자여력이 공공기관의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또한 경상성장률 둔화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해 적정수준의 물가를 유지하는 등 실질·경상성장률을 병행해 관리하겠다는 방향성도 내놨다.
특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성과를 구체화시켜 정책 수혜자들의 체감도도 높이기로 했다.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부문 개혁을 완수하고, 규제프리존 도입 등 창조경제와 지역연계를 강화해 신(新)산업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정상 성장궤도 복귀를 위한 경제활력 강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성과 구체화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고 16일 밝혔다.
□ 돈 더 풀고, 물가 적정 수준관리…"정상궤도 회복하겠다" = 정부는 내년 상반기 경기리스크 극복을 위해 가용한 재원을 1분기부터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조기집행 목표는 당초 117조원보다 8조원 더 늘어난 125조원이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SOC·일자리 분야 중심으로 내년 회계연도가 개시되기 전에 배정했으며, 지자체 교부세·교부금도 1분기에 36% 규모로 배정하기로 했다.
적정수준의 물가를 유지하기 위해 물가안정목표를 한국은행과 정부가 협의해 설정한다.
과거 고(高)성장기와 달리 경제성숙단계에서는 적정수준의 물가와 성장이 결합된 경상성장률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일본이 적정물가 관리에 실패해 소비·투자·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약화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현재 미국·영국·일본 및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도 2%대의 물가를 목표로 거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목표 재설정을 계기로 경상·실질성장률을 병행 관리하겠다"면서 "1분기부터 재정조기집행으로 연초 경기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수출은 유망품목 수출지원 등을 통해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6월 소비재 수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화장품·식료품 등 진출 가능성이 높은 5대 유망품목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신성장 산업의 장비·부품 할당관세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중견제품 판매 지원을 위한 면세점 해외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중 FTA 활용으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무역협회 내 차이나데스크를 확대 개편하고 중국기업과 M&A, 생산기지·유통망 구축 등 현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4조원 수준의 중국 시장진출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또한 정부는 국내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행사를 매년 11월 중순으로 정례화하고, 기업의 연간 온누리상품권 구매 목표도 상향(1600→2000억원)해 내년 1분기 중 최대한 조기구매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해외관광객 소비유치 일환으로는 비자제도를 개선하거나, 면세판매장의 세금을 즉시 환급 해주는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아울러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5만호를 더 짓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국공유지, 도심재정비사업 연계,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을 활용해 부지를 확보하고, 규제완화·세제지원을 통해 민간 재무적 투자자(FI)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미(美) 금리인상에 대비해 가계·기업주채 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관행을 정착시키고 집단대출의 건전성 관리와 취약부문 채무재조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공급과잉 업종의 조기 정상화,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 등을 추진하되 시장영향 최소화 방안을 병행하는 등 선제적으로 기업부채를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 3년 동안 씨 뿌려…내년에는 수확 =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중기계획인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성과 가시화에도 방점을 뒀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해 "지난 3년이 열매의 씨를 뿌렸다면 내년은 수확하는 시기"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우선 4대 부문(노동, 금융, 공공, 교육)을 완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대표적으로 노동개혁은 5대 개혁법안 입법을 완료하고, 노사정 대타협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만을 남겨둔 상태다. 후속조치로는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절차 명확화를 위한 지침 및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14개 시·도에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을 도입하는 등 창조경제와 지역경제 간 연계를 강화한다. 규제프리존은 지역의 창조경제·미래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산업(IoT, 드론, 미래자동차, 스마트기기 등)을 시·도별로 2개씩 선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자체 신청을 받아 지역의 산업기반, 투자프로젝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14개 시·도의 지역전략산업과 관련된 개발사업 추진 시 토지이용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기로 했으며,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 등에 대해서는 기업 투자여건 개선 및 입지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위한 행복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주택구입자금 대출(디딤돌 대출)시 대출보증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에 만성질환자, 잠재적 질환요인 보유자,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서비스업, 원격의료 등 새로운 의료서비스도 창출할 계획이다.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관련해서는 청년고용증대세제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여성 재취업을 위한 온라인 취업상담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등의 정책이 추진된다. 이 밖에 주거비, 의료비, 교통비 등 생활밀착형 생계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해 가계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중심의 경기개선이 이어지도록 하면서 수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이와 함께 3개년 계획의 3년차를 맞아 핵심성과 구체화로 체감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