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는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며 물가 다스리기에 나선다.
그동안 저물가 기조로 실질성장률보다 경상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됨에 따라, 국민·기업 등 경제주체의 체감악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경제성장의 주 동력원으로 내수와 수출이 꼽히는 만큼 내수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행사를 비롯해 해외관광객들에 대한 비자제도 개선, 세금환급 등의 지원으로 회복세를 이어나겠다는 방침이다.
수출의 경우 수요가 급증하는 유망품목을 발굴해 신(新)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 "적정수준으로 물가 유지하겠다" =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정부가 협의해 물가안정목표를 정한다. 정부는 물가안정목표 재설정을 계기로 체감 중시 거시정책 운용을 위해 경상성장률을 실질성장률과 병행해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물가목표를 설정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이 적정수준의 물가관리에 실패하며 소비·투자·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약화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은 적정물가 관리에 실패하여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함에 따라,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이후 기대인플레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함께 둔화되고 있다. 기대인플레는 명목임금·실질금리 경로 등을 통해 소비·투자 및 실제 인플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기재부 관계자는 "기대인플레는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대한 영향을 통해 내수·실제인플레 등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라며 "적정 수준의 물가안정목표 설정 및 운용 등을 통해 기대인플레를 적절히 유지·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영국을 비롯한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도 2%대의 물가를 목표로 거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비슷한 수준의 물가목표가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은 1.5%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 1분기 재정집행 목표를 8조원 늘려 12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시기조정 가능한 인건비·경상경비도 1분기 집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외환정책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이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 내수는 회복 불씨 꺼지지 않도록…수출은 회복에 '총력' = 내수는 규제완화·민간투자활성화 등을 통해 개선세가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임대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5만호를 짓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토한 공급촉진기구를 지정하거나,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소득·법인세 감면 혜택을 확대(50→75%)하고, 임대료 수입 안정성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민간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한국인프라투자플랫폼(KIIP)을 본격 가동, 연기금·민간자본을 활용한 신규인프라사업 조기 착공을 추진하며, 한-중 FTA를 활용해 외국기업이 대(對)중국 진출의 거점으로 국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소비 대책으로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매년 11월 중순으로 정례화 하고 외국인관광객 대상 할인행사와 연계해 세계적 쇼핑축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관광객 소비유치의 일환으로 중국 관광객의 단체비자 수수료 면제기간을 연장하거나 국내 면세판매장에서 20만원 미만으로 구입한 물품(100만원 한도)에 대해 세금을 즉시 환급해주는 세제지원책도 병행된다.
수출지원 대책으로는 글로벌 시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품목들을 새로운 수출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 눈에 띈다.
정부가 꼽은 5대 유망품목은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패션·의류 등이다.
화장품은 R&D 인력 육성을 위한 화장품학과 개설을 지원하고, 식료품은 한류마케팅 강화, 생활용품은 온라인판매장 입점 확대, 패션·의류는 드라마·예능 등에서 간접광고 규제완화 등 품목별 맞춤형 지원이 추진된다.
또한 글로벌혁신센터를 북경에 개소(6월)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창업·벤처기업의 중국진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한-중 FTA 발효 초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증수출자·원산지 간편 인증제(수산물 포함) 확대 등 통관 지원대책도 마련된다.
미 금리인상 대해 가계·기업부채 관리도 강화된다.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수도권 2월, 지방 5월)으로 상환능력을 고려한 대출취급 및 '빚을 나누어 갚는' 구조를 정착하기로 했다. 여기에 실수요자 중심의 중도금 대출시장 정착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요건도 개선된다.
기업부채관리 방안으로는 조선·해운·철강 등 산업별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주식교환·자산매각 시 과세이연 등 세제지원책도 투입된다. 이 밖에 미 금리인상 등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외환건전성 관리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