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세수확보의 양대 축, 국세청과 관체청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관세청은 매년 실시되는 청렴도 평가에서 상위권에 랭크, '1급수 청정구역'이라 불리고 있는 반면, 틈만나면 '클린 국세청'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국세청은 늘 하위권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관세청은 1등급을 받아 최우수등급 기관으로 선정된 반면, 국세청은 4등급을 기록하며 정원 2000명 이상 중앙행정기관 중 최하위권에 포함됐다.
국세청이 청렴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2년 7.02점으로 4등급 평가를 받은 국세청은 이듬해인 2013년에도 7.18점으로 4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6.71점을 받아 최하위 기관인 5등급으로 선정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한 해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방산비리 사건이 터지며 최하위권을 형성해온 방위사업청(6.93)보다 낮은 수치였다.
올해는 6.94점으로 다행히(?) 5등급은 벗어났지만 중앙부처 중 국세청보다 못한 평가를 받은 부처는 교육부(6.89)와 올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최하점을 받은 보건복지부(6.88) 뿐이다.
반면 관세청의 청렴도 등급은 매년 상승하며 국세청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2012년 7.77점으로 3등급 기관으로 평가 받은 관세청은 2013년 8.00점을 받아 2등급기관으로 한단계 올라섰다. 이어 2014년 7.84점으로 같은 2등급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8.06점으로 청렴도 1등급 기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과거 '비리'의 천국이나 다름 없던 관세청은 청렴을 관세행정의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관세행정 전분야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관세행정 고객들의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진 결과로 보여진다며 한껏 고무된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김낙회 관세청장 역시 "청렴이 공직자의 기본덕목이긴 하지만, 청렴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된 것은 관세청 직원들이 업무 뿐만 아니라 자기관리도 청렴하게 철저히 잘하고 있다고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청렴도 평가에서 번번히 낙제점을 받고 있는 국세청에선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청렴도에서 평가가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체념의 목소리만이 새어나온다.
결과에 대해 국세청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평가의 척도인 설문자체가 국세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언론에 부조리 관련해서 보도되는 것을 보면 국세청은 혐의 단계에서부터 보도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정기관의 내부 직원의 경우 영장이 신청 됐을 때나 한 두번 나오는데 세무공무원은 긴급체포할 때부터 보도가 나오면서 감점을 많이 당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부청렴도 조사에서 간접 경험 부분이라든지, 고객정책 담당하는 이들이 랜덤 체크해 평가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청렴도는 높은 편이다. 신뢰도가 아닌 청렴도만 순수하게 측정하면 중위권은 항상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입장에선 설문조사 질문 자체가 불리한 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년 국세청의 노력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나오는 청렴도 평가이기 때문에 직원들 스스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공통된 입장이다.
최근 국세청 8급 직원이 부정환급으로 국가 재산 100억원을 편취하고 지방청 조사국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국세청의 불미스러운 비리 사건은 아직까지도 고위직 하위직을 가리지 않고 줄기차게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내부에서 주기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직원들이 한데 모여 청렴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가지만 결국 잊을만 하면 터지는 비리사건이 여론을 악화시켜 청렴도 점수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국세청 직원들이 평가하는 내부청렴도와 외부에서 평가하는 외부청렴도 점수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국세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바뀌지 않는 한 국세청이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