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M&A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KDB대우증권 빅딜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열린 '제19차 금요회'에서 연내 대우증권 매각 방침을 재확인한 만큼 새해에는 대우증권 M&A로 인한 증권업계 지각 변동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인수의사를 보인 4곳 가운데 어느 곳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증권업계의 경쟁구도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어 업계의 관심사이다.
대우증권 인수전도 엄연히 경쟁방식이어서 인수가격을 높게 써낸 기업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수기업으로선 높은 인수 비용과 기존 주주가치 하락 등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투자자들로선 합병 이후 주가 추이도 가늠해봐야 할 상황이다.
□ 한국투자·미래에셋 인수시 지각변동 클 전망
대우증권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다.
이들 가운데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지주가 인수할 경우에는 증권업계의 경쟁구도 변화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사주조합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주주만 바뀔 뿐 대우증권의 모습이 지금의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오랜기간 대우증권 인수에 공을 들였던 KB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증권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 중이며 KB금융의 위상에 걸맞는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KB금융지주가 인수할 경우 KB투자증권과 합병을 통해 증권부문을 육성하기 위한 금융그룹 차원의 다양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 후보자 중에서 대우증권과 중복되는 사업 영역이 적고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도 가장 낮아 대우증권 내부에서는 "KB금융과 합병이 타 증권사와의 합병보다 좋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여서 이러한 부분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KB금융이 인수할 경우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몸집 차가 워낙 커 대우증권 출신이 합병회사의 주축을 이룰 수 밖에 없어 업계의 경쟁구도를 완전히 바꿀 정도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그룹 차원의 지원·협력을 받아 대우증권이 더욱 강력한 경쟁자로 업그레이드 되는 수준의 변화가 이뤄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에는 증권업계의 경쟁구도에 몰고올 변화가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할 경우 수익규모 확대 및 다변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위탁, 자산관리, 순이자이익보다는 트레이딩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임금 수준이 비슷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어느 주체가 대우증권을 가지더라도 인수 이후 인력 간 조화는 큰 숙제로 남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기준 대우증권 1인당 연평균 급여는 9700만원, 한국투자증권은 9400만원, 미래에셋증권은 7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은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9561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고, 일부 시중은행과 대규모 인수금융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서로 다른 강점으로 위탁, 자산관리, 트레이딩, 순이자 이익 등 수익원이 고르게 강해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2년간 순익구조가 순이자이익에 집중된 반면 위탁 및 자산관리수익이 축소되고 트레이딩 수익은 크지 않았다. 반면 대우증권은 위탁, 트레이딩에 강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KB금융지주보단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야 증권업계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의 증권회사가 인수하는 쪽으로 측면지원하고 나서 주목받았다.
□ 비용 효율화·합병가격 산출의 불확실성 '주가 하락' 요인
산업은행은 21일 본입찰을 거쳐 2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어느 쪽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고비용과 합병가격 산출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부담은 필연적이다.
만약 대형 증권사가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경우 자본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강화되겠지만 합병으로 인한 수익창출효과를 거두기 전에 단기적으로 인수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주가에 반영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각 증권사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최대한 강화시키고, 효율적 비용구조로 전환해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인력 융합, 증복 점포 통합, 비용 효율화에 이르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공통적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지점이 집중돼 있다.
특히 서울의 주요지점을 예로 들면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지역적으로 평균 46.6%가 중복되고,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평균 44.4%가 겹친다. 이와 같은 비용 효율과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증권사 간 합병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합병가격 산출의 불확실성도 위험요소이다. 상장사간 합병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격이 결정된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합병한다면 두 주식의 주가 변화에 따라 합병가격이 영향을 받아 기존 주주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이다.
예를들어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한다면 대우증권의 주가 변화에 따라 합병가격이 영향을 받고 한국투자증권 수익가치 산정 방식에 따라 합병가격이 영향을 받는다. 이는 합병 결정으로 인해 주가 약세로 이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