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돌려막기'…친박 친위체제+총선 역학관계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을 내정하는 등 5개 부처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5개 부처에 대한 개각명단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이준식 서울대 교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는 홍윤식 전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을 내정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주형환 현 기획재정부 1차관 내정했으며, 여성가족부 장관에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국민권익위원장에는 성영훈 변호사가 임명됐다.

앞서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준비에 들어간 장관들의 후임 인사로 당초 정기국회가 끝난 지난 9일을 전후로 개각이 예상됐지만 쟁점법안 처리 문제 등으로 인해 다소 지연됐다.

□ '친박 돌려막기' 유일호, 2개월 만에 다시 내각 '컴백' = 특히 이번 개각에서는 2개월 전 국토부 장관에서 물러난 유 전 장관이 다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기용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유 전 장관은 지난 3월 국토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내년 총선 출마를 고려해 지난 10월 7개월 만에 국토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총선 경력'을 위한 장관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7개월 만에 국토부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 장관 사임 2개월 만에 다시 내각에 들어가게 된 유 전 장관의 임명을 놓고 '친박 돌려막기'라는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의 경제부총리 임명은 총선 공천 문제와 친박계 경제부총리라는 키워드가 맞물린다.

우선 친박계 경제부총리 카드는 박 대통령의 관심법안인 경제활성화-노동 관련 법안들이 여야 이견차로 '연내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에 힘쓸 정치인 출신의 경제부총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사청문회 '트라우마'가 있는 박근혜 정부로서 친박계 경제통 의원 중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전력이 있거나 통과가 가능한 인사로 압축, 유 전 장관으로 낙점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 후, 국무총리 임명과정에서 '안대희-문창극' 후보자들의 낙마로 정홍원 전 총리를 재임명하는 전례가 반복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협소한 '인재풀'을 거듭 드러낸 셈이다.

또한 유 전 장관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원만한 대인관계가 특징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안종범 경제수석이 있는 만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 기조를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 유일호, 인사청문회 통과할 친박 '경제통'+강남3구 재공천 희박 = 특히 유 전 장관의 지역구 특성 역시 경제부총리 임명을 용이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유 전 장관은 현역 의원(서울 송파을)이다. 그의 지역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로 구분되는 새누리당 텃밭. 관례적으로 이 지역은 비례대표와 재선의원의 공천을 막아왔다. 텃밭인 만큼 이름이 덜 알려진 정치신인들에게 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대거 공천에 낙선했고 18대 비례대표들은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에 공천신청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끈 상황에서 '친박'인 유 전 장관은 유일하게 현역 의원임에도 공천을 받아 이 지역 재선의원이 됐다.

현재 강남3구 현역의원은 유 전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지역구 초선이다.

때문에 20대 총선에서 유 전 장관이 송파을에 다시 공천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당내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강남 3구는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는데 유 전 장관만 유일하게 지난번에 공천을 받아 이번에도 그리 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그래서 7개월 만에 국토부 장관 하다가 사퇴하고 지역구 관리를 해온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친박계 경제통 의원임과 동시에 내년 총선에서 공천상황이 애매한 점이 박근혜 정부 하반기 경제수장 낙점의 '교집합'이 된 것이다.

□ 친박 강은희, 대구 수성갑 출마 좌절+국정교과서 앞장…'보은인사' 지적 = 또한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된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 지역 출마를 선언하고 당협위원장에 선출되면서 그 뜻이 좌절된 바 있다.

대구 출신의 친박계인 강 의원은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원내대표를 지낼 당시 원내대변인으로 활약했고 올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에서 대변인을 지내며 박근혜 정부 정책을 당의 최전선에서 지원해왔다.

특히 국민적 반감이 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다.

이에 강 의원의 임명이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대구지역 관계자는 "강 의원은 박 대통령 '수첩'에 있던 사람으로 비례대표가 됐다"며 "당내에서 정부 정책에 앞장섰고 대구 출마가 사실상 어렵게 되니 개각 인선에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