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비서실장→국토부 장관→경제부총리…돌고 도는(?) 유일호 =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이어 두 번째 정치인 출신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구원투수로서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 수장으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하 유 내정자)이 내정됐다. 현 정권의 핵심 정책인 구조개혁 등 경제혁신 3개년 과제의 성과를 내기 위한다는 차원에서 정무적 능력이 탁월한 정치인 출신인 유 내정자를 발탁한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구조개혁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법이 국회 문턱에서 머물면서 내수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추세·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 등 대외여건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내년 집권 4년차 경제개혁의 성과를 내야하는 만큼, 유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3기 경제팀이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2기 경제팀의 정책기조를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부양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투입하기 보다는 기존 과제의 성과를 구체화시켜 정책 수혜자들의 체감도를 높이는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유 내정자도 이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21일 내정 발표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내정자는 "일관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조개혁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른바 경제활성화 관련법, 구조개혁법, 노동법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팀 수장으로서 취임 시 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할 과제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4대 부문 구조개혁은 야당과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등 중점 법안도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부분은 전문성이 분명한 관료 출신이나 교수 출신이 아닌 '친박', '정치인' 출신의 경제부총리를 선택하게끔 만든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 설득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시점에서 가장 유용한 적임자가 인선됐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면 법안을 처리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하기가 수월한 면이 있다"며 "관료나 교수 출신들은 의원들과 지내본 적이 없으니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 내정자는 여야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이 나있다. 이에 야당 공세에 맞서 '설전'을 벌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보다 야당에 읍소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유 내정자는 의원들과 설전을 하고 논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할 때도 그림자처럼 수행했고 그래서 박 대통령이 믿음직 스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최경환 부총리와는 색이 전혀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실제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현오석 전 부총리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출신으로 부총리 재직 시절 정부 정책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아야 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인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키는 일도 새 경제팀의 주요 과제.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증한 상태다. 부채가 많은 가계나 기업 입장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도 결코 제한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 내정자는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해 "금리인상 효과가 아직 제한적이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그것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해야된다"고 말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성장률도 정상 궤도로 올려놔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소비·투자 촉진 등 정책효과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올해(2.7%)보다 높은 3.1%로 잡았다.
문제는 민간소비를 비롯해 투자 등 내수 중심의 개선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수출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은 올해 들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세계경제 성장률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2%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발목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조선·해운·철강·정유·화학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올해 1~10월 기준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모두 45개사에 달해 외환위기(61개사)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내정자는 "경제가 잘 되려면 정부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경제 주체라고 하면 기업도 있고 노동계도 있고 무엇보다 가계라고 하는 국민 전체가 있기 때문에 물론 정부가 앞장서겠지만, 국민 여러분들도 많은 도움을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