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자율지정 신청 기업에 감리 제외 등 인센티브 제공
금융당국은 최근 건설과 조선업 등 수주산업에서 회계의혹이 잇달아 발생하자 '미청구공사금액의 적정성'을 내년 테마감리 4대 회계이슈에 포함시켰다.
또 자발적으로 감사인 자율지정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서는 중도 감사인 변경을 허용하고 당해연도 감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미청구공사금액의 적정성 ▲원자재 등 비금융자산 공정가치 평가 ▲영업현금흐름 공시의 적정성 ▲유동·비유동 분류의 적정성 등을 내년 테마감리분야 4대 회계이슈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테마감리는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감리가 아닌 특정 회계이슈와 관련된 재무제표 일부분에 한해 실시되는 감리를 의미한다.
우선 금감원은 미청구공사금액의 변동성 추이, 매출·수주금액 대비 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테마감리 대상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미청구공사금액은 회사가 일을 해주고 의뢰인으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돈을 말한다. 수주산업계는 건물이나 배 등 제품완성에 수년이 걸린다는 특성을 감안해 '진행주의 회계방식'을 채택하는데 미래 예측이 어려워 보통 실제 공사진행율보다 회계상 진행율이 빠르다.
이 경우 업계는 회계상 진행율에서 실제 진행율을 뺀만큼을 미청구공사금액으로 보고 자산에 편입시키는데 자산이 실제보다 과대계상돼 회사에 돈이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최근에는 건설·조선사들이 사업을 수주할 때 의뢰인으로부터 공사 총액을 계약당시 일괄지급 받는 '턴키'방식을 대부분 이용하고 있어서 미청구공사금액은 사실상 못받는 돈과 같다.
금감원은 또 보유 중인 원자재의 공정가치를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하락시키지 않고 계속 취득당시의 고평가 가치를 재무제표에 적용 중인 기업을 테마감리 대상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 경우에도 원자재 등 자산이 실제보다 과대계상 되는데 금감원은 원자재 변동성, 자산총액 대비 원자재 비중 등을 고려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평가나 대출심사에 영향을 주는 현금흐름표상 영업현금흐름 공시가 재무제표에 적절하게 기재돼 있는지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1년 이내 현금화·현금상환이 되는 유동자산과 1년 이후 현금화·현금상환이 되는 비유동자산의 분류가 재무제표에 바르게 표기돼 있는가에 대해서도 감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회계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3월부터 기업들로부터 감사인 자율지정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감사인 자율지정은 공정감사가 필요한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지정하는 제도이다.
금감원은 자발적으로 감사인 지정신청을 하는 기업에 한해 중도 감사인 변경 허용과 당해연도 감리대상 제외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박희춘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테마감리 시행예고는 해당 기업들로 하여금 재무제표를 잘 작성케 하는 사전예방적 효과가 있고 감리업무의 효율성도 제고된다"며 "테마감리에 참고할 점검표를 내년 5월까지 마련해 6월 대상 기업 선정후 7월부터 테마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문심의위원은 이어 "테마감리 비중을 앞으로 더 확대해 상장법인에 대한 감리주기를 단축시키고 회계투명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