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아이는 하나만 낳고 둘째 보기를 지극히 심사숙고하는 신세대 가정이 많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립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혼, 연애, 출산(때로는 취업)을 포기한 3포세대는 말할 나위 없이 극도로 2세 보기를 기피한다. 그러다보니 가정마다 한둘인 아이는 어렸을 때 왕족처럼 귀하게 길러진다. 자칫 버릇 없게 자랄 수 있다. 별다를 게 없는 유명 연예인의 육아 과정이 프로그램으로 TV에 나오고 이런 것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신기하게 바라보는 화성인의 모습에서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어떻게 길러야 좋은 품성을 지니고, 능력도 갖춘 장차 이 나라의 동냥이 될까. 우선 어린이 중심의 잘못된 교육이 문제다. 조선시대에는 군자와 예의를 중시했다. 지나친 나머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침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서구의 개인주의를 그릇되게 해석해 부모들이 자기중심적인 자녀를 양산하고 있다. 성숙된 인격으로 상대방을 존중·배려하는 언행을 하도록 가르치는 게 당장 수정돼야 할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놀 때 제지하면 도끼눈을 뜨고 달려드는 젊은 부모들은 이런 점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는 어디서 왔고,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가 하는 탯줄 같은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 연대감과 책임의식이 아이들에게 불어넣어져야 한다. 민족과 가정의 역사와 전통을 가르치는 게 요구된다.
맺고 끊음이 명백해야 한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것은 해주고 안 해줄 것은 안해야 한다. 하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무엇을 하라고 명시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자존감과 독립심을 길러지게 하는 기본 토양이다. 잘한 일은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잘못한 일은 꾸짖거나 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질서가 바로 선다.
부모가 앞질러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겨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하이데거는 이를 ‘뛰어드는 보살핌’이라고 했다. 요즘 피터팬증후군에 걸린 성인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다보면 부모와 자식간에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형성되고 나이는 성인인데 감정은 어린이에 불과한 피터팬 성인만 배출되기 마련이다. 자녀가 자람에 따라 의사결정을 아이에게 맡기고 공간을 미리 비워주는 ‘뛰쳐나오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아이에게 가사일을 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어린이의 가사분담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청소년 범죄가 줄어든다는 통계다. 부모가 아이에게 시키는 심부름은 자녀의 협동정신과 문제해결능력을 높인다.
눈치보는 아이를 만들지 말자.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나친 관심이 쏠릴 때 아이는 눈치를 보게 된다. 부모가 심신을 억압할 때에도 아이는 눈치를 본다.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어려서부터 노이로제(신경증)가 형성되고 관심·사랑·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에 시달려 자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부모의 아이에 대한 과욕이나 지나친 무관심은 금물이다.
어머니의 습관적인 푸념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푸념을 자꾸 듣기만 하다보면 눈치를 보게 돼 화를 못내고 거절이나 싫은 소리도 못하는 유약한 사람이 되기 쉽다. 아이 앞에서 아버지를 욕해선 안 된다. “아버지 같이 돼서는 안돼”라는 말은 가장의 권위뿐만 아니라 자녀의 자신감과 세상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그보다는 “아버지는 맡은 일에 관해서는 최고”라는 식의 말이 자녀에게 안정감을 준다.
동생이 생겨 손윗형제가 부모의 관심과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우울증을 보이는 것을 ‘아우타기’라 한다. 이 때는 어머니는 동생은 갓난아이라 보살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친구나 다른 활동으로 손윗형제의 관심을 유도시킬 필요가 있다. 아우타기를 잘못 처리하면 손윗형제는 정신적인 병을 안고 자라게 된다. 아우타기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상사병’이므로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
“아이가 울면 몇시간 동안 내버려둬도 괜찮다”거나, “어려서부터 자녀가 각방을 써야 독립심이 길러진다’는 서구식 육아관이 위험할 수도 있다. 아이는 엄마 가슴의 따뜻한 품을 느껴야 낯을 안가리고 공격적 성향을 띠지 않게 된다. 아이들이 각방을 쓰면 성장에 좋지 않은 커피·과자·컵라면을 마구 먹고, 전자오락에 탐닉하거나, 이른 나이에서부터 음란한 생각을 갖게 될 우려도 크다. 부모의 시간적 여유, 아이의 품성에 맞게 적절히 판단해야 할 문제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분담이 완벽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천사가 될 수 있고 마귀가 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만 두 살까지 어머니의 건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무한대의 따스한 보살핌은 아이의 자양분이 되지만 어머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어머니는 그저 마귀처럼 보이게 된다.
전통적인 엄부친모가 바람직하다. 아버지는 아이의 교사로서 지능지수(IQ)를 높여주고, 어머니는 사랑과 감성으로서 감성지수(EQ)를 높여주는 게 바람직하다. 아버지는 TV나 게임기를 끄고 자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어쩌다가 불쑥 던지는 자녀와의 대화로는 아이가 아버지에게 진솔한 얘기를 전할 수 없고, 정신적 방황을 하게 된다. 자녀와 대화를 자주 가져 향학열을 불붙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부모, 특히 아빠의 역할이다.
간혹 남편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전가하거나, 아버지가 지나치게 자녀에 밀착돼 부부들끼리 육아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부부가 상대방의 자존감을 살려줄 때, 역할분담의 묘를 살릴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부싸움은 어느 편을 들 수 없는 자녀로서는 상처를 받게 되는 단초가 된다. 장차 자녀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갖게 하는 빌미도 될 수 있다. 부부끼리 해결해서 자녀에게 부담주는 원인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로서 인생관, 애정관이 바로 서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와의 스킨십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직업을 가진 어머니는 스킨십이 약하게 마련이다. 스킨십은 사회적 융통성, 평온한 정서, 굴욕에 대한 극복의지를 길러준다.
가장 이상적인 육아는 대가족사회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다. 청소년 비행과 소극적·개인주의적 성향의 청년들이 증가하는 것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집에 없는 현대사회의 필연적 결과일지 모른다. 집에 가면 반겨줄 사람이 없거나,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비행청소년이 될 수 있다. 부모가 가정교육의 스승을 맡고 형제자매끼리 자연스레 배역을 정해 사회적응을 연습하듯 살다보면 어려서부터 자존감, 독립심, 사회성이 배양된다. 여기에 부모가 조부모에 대한 자연스런 감정의 효를 본보인다면 현재의 가정문제는 물론 인간세계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그러지 못하기에 자녀에게 물질와 외형으로서 때우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좋은 방책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