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협상 타결과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시민사회 단체 등 국민 비판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29일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당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여론을 의식했다.
반면 야당은 "2차 한일굴욕협정"이라며 정부를 맹비판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이 사안이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여론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협상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지휘 아래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전날(28일)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뒤 이례적으로 '합의 수용'을 당부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역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일보된 합의다. 일본 정부차원의 책임을 인정했다"며 "아베는 총리로서 사죄와 반성했고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성과 도출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이 비등해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것은 일방적이다. 제가 눈이 시퍼렇게 역사의 산증인이 있다"며 "이런데도 (해결)했다고 하고 또 소녀상은 많은 할머니들 역할을 지금 하고 있다. 소녀상이 왜 거기에 있는가? 대사관 앞에 있을 때는 너희가 죄가 있으니까 공식적인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위안부 지원 재단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운영하지만 재단 재원은 일본 정부가 마련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배상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대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배상(賠償)'은 불법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해 지불하는 것이지만 '보상(補償)'은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단순히 손실에 대해 지불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재원마련이 제대로 된 ‘배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 역시 이번 협상에 대해 "2차 한일굴욕협정"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지난 1965년 맺어진 한일협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의 일제강점기 배상책임을 완전히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한일청구권 협정을 일본 정부와 맺은 뒤 피징용자 사망자·부상자·생존자 피해보상 명목으로 3억 달러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일협정 체결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할 법적 명분을 제공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세히 보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의 법적 책임·명예회복·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3무 합의다"라며 "한국 정부는 회담 성과를 부풀리는 데 급급하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단체들이 강력히 요구해 온 (일본에 대한)국가적·법적 책임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 책임이라고 쓴 것이 큰 진전이라 자평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협의자체를 부인해 온 소녀상 이전문제 대해서 일본 편을 들어준 것도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다. 우리 당은 국회 관련 상임위를 열어서 회담의 진실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위안부 지원 재단 문제와 관련해 "금액의 과다와 관계없이 배상이 아닌 보상이다. 배상과 보상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이번 협상) 처리 과정을 보면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 시민단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한 흔적이 없이 공작하듯 일을 처리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피해할머니와 시민단체, 국민과 함께 이 합의를 수용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