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0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협상에 대해 "참담한 결과"라며 '합의 무효' 선언을 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 "할머니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野 "참담한 결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타결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다.
30일 제1211차를 맞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눈물의 절규를 쏟아냈다.
아베 일본 총리의 '책임 통감' 표명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는 등의 합의와 관련해 피해자인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등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 측이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피해자의 동의 없는 합의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이전 문제를 놓고도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피해자 할머니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 할머니들을 달래기에 나선 정부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아닌 임성남 1차관과 조태열 2차관을 서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각각 방문한 것도 논란이다.
30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는 여느 때와 달리 1000여명(경찰추산 700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회도 함께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도 참석하면서 수요집회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정부 당국이 피해 할머니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며 "일본과의 협상에 앞서 할머니들에게 어떤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전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어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전화가 왔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어제 차관이 찾아왔는데,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었을 정도였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후손들에게 이런 피해가 가지 않도록 결사적으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구슬픈 대금소리와 함께 올해 별세하신 황선순, 박00, 이효순, 김외한, 김달선, 김연희, 최금선, 박유년, 최갑순 할머니 등 모두 9명의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일외교장관회담 위안부 문제 관련 합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자충수가 불러온 참담한 결과"라며 '합의 무효'를 선언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합의는 우리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한다"며 "국회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을 고통 속에 산 피해자들을 빼놓고선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도 최종과 불가협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가해자의 법적 책임을 묻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힐난했다.
문 대표는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소녀상은 철거 대상이 아니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그 자리에 새긴 역사의 교훈"이라며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반성해야 할 일본이 철거를 요구한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처사다. 부당한 요구에 끌려 다닌 우리 정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것이 역할이자 몫이며, 피해자들이 '이제 됐다'고 말할 때 화해의 마침표가 된다"라며 "그 누가 말과 돈으로 협정하는 것이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돈 몇 푼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라고 비난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10억엔을 챙겼다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돈"이라며 "10억엔 정도는 우리 국민도 쉽게 모금해 낼 수 있는 것이며, 치욕과 굴욕을 더 확인해줄 뿐이므로 받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일본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해 사과했다는데, 왜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닌 대통령에게 전화했느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불가협적 최종 해결'이라고 한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새누리도 '소통부족' 지적…朴 대통령 직접 면담할까?
피해자 할머니들의 원성과 국민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부의 '소통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4선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피해자 배상 방식 등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가 있고 100%(만족)는 없는 만큼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합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이 해결됐다고 받아들일 때 해결됐다고 본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실행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을동 최고위원 역시 "협상은 타결됐다고 하지만 아직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이번 회담 결과를 일본 측의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이행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MBC라디오에 나와 "미리 이해를 구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위안부 할머님들이 섭섭해 하는 걸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한 후폭풍이 거센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과 피해자 할머니들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