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회의원 선거구가 무효화 되기 직전인 작년 연말 충북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변재일(청주 청원)·오제세(청주 흥덕갑)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 2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작년 12월 30일 '연말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의 선거운동 단속을 잠정 유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직후 이뤄진 것으로, 충북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8명을 포함해 현역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은 처음이다.
선거구 획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다가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 한 채 당내 경선이나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3일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민주 변재일 의원과 오제세 의원이 작년 12월 31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더민주 소속 충북의 지역구 국회의원 3명 가운데 '시집 강매' 논란을 빚은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만 예비후보 등록을 미뤘다.
새누리당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과 더민주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도 작년 12월 30일과 31일 각각 '흥덕을'과 '상당'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4년 전 제19대 총선 때 현역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2월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어 굳이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지 않더라도 선거운동에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대 총선을 앞두고 상황이 바뀌었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선거구 획정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 전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행 의석 비율을 유지하는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야 모두 반대해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거구 획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의원들은 현역이라 하더라도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전 90일(1월 14일)부터는 의정활동 보고회를 여는 것이 금지된다. 오는 14일 이후로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얼굴을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오제세 의원 측은 현행법상의 이런 규정을 언급한 뒤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에 대비, 예비후보 등록이라는 대안을 택했다"고 말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국회의원 활동을 하면서도 선거사무소를 설치해 간판·현판 또는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고,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는 물론 어깨띠 착용 등 다양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변재일 의원 역시 오 의원과 같은 이유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더민주 국회의원 3명 중 유일하게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노영민 의원 측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노 의원 측은 "예비후보 등록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새해 첫날 변·오 의원의 등록 소식을 듣고 '아차' 싶었다"며 "선거구 획정 이후로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더민주와는 달리 새누리당 소속인 정우택(상당), 경대수(증평·진천·괴산·음성), 박덕흠(보은·옥천·영동)·이종배(충주) 의원 모두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박덕흠 의원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때 선거구 획정이 어렵겠지만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을 잠정 허용한 중앙선관위 방침도 이때까지만 유효하지 않겠느냐"며 "예비후보 활동 기한이 제한적일 것 같아서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된 후 등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