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도 세금(근로소득세)을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소득 면세자'가 8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 동안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30% 초반에서 머물렀으나, 공제제도 전환 등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1년 사이 면세자 비율도 급격하게 치솟았다.
이 같은 '과세미달자'는 대체적으로 급여가 적은 중산·저소득층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저소득=과세미달'이라는 인식과는 다르게 1억원이 넘는 고소득 구간에서 1000명을 상회하는 면세자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14년 귀속소득) 근로소득 납세의무자는 총 1668만7000명으로, 802만3000명이 면세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근로자 수가 절반(48%)에 달한 것이다.
과세미달자의 총급여수준을 살펴보면, 1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349만2000명(43%)으로 절반에 근접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1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178만명7000명(22%), 3000만원 이하 102만명3000명(12%), 2000만원 이하 79만3000명(9%) 등의 순이었다.
연봉 1억원을 넘은 고소득 구간에서도 1441명의 근로자가 과세미달 통보를 받았으며, 1억원 이하(1086명)인 근로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규입사자 및 중도퇴사자, 이중근로자의 급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근로자의 급여수준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뜩이나 세수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안 내는 근로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점은 과세기반의 축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임금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하락세를 보였으나, 공제제도의 영향으로 1년 사이 근소세를 내지 않은 근로자가 급격히 늘었다.
실제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지난 2011년(2010년 귀속소득) 39%를 기록한 이후, 2012년 36%, 2013년 32%, 2014년 31%를 기록하는 등 매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 연말정산부터 적용된 소득세법(세액공제 전환 등)을 비롯해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과세미달자 비율은 48%(2014년 귀속소득)까지 치솟았다.
다만 '면세점' 구간에 머물렀던 근로자들도 앞으로는 세금을 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소득수준에 따라 적정한 세부담을 짊어질 수 있도록 과세체계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 앞서 기획재정부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이 점차적으로 축소될 수 있도록 공제제도 등을 손질하겠다는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2015~2019년)을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