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손상각 손금처리 불인정 세금추징
은행권, 타 은행 세무조사에 영향 미칠까 '촉각'
우리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마무리되고 세금추징이 통보되자 당사자인 우리은행 뿐아니라 은행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은행들은 그동안 대손상각분은 금감원장 승인을 받아 손금으로 처리해 왔는데 국세청이 우리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 손비처리한 대손상각비에 대해 세금을 추징했기 때문이다.
이번 세금추징은 향후 다른 은행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도 막대한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여서 은행들이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요원들을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사에 파견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1년 이후 4년 만에 이루어지는 정기세무조사였으며 지난해 12월 초, 조사가 종결 세금추징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우리은행에 어느 정도 규모의 세금을 추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국세청이 추징액을 적출한 대목이다.
현행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 2항 12호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하여 정한 대손처리기준에 따라 금융회사 등이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대손금을 승인받은 것'에 대해서는 손금 인정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500만원 초과 채권의 경우 대손상각 후 손비 인정을 받기 위해 금감원장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금감원장의 승인이 떨어지면 이를 손금으로 처리해 왔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팀 관계자는 "손비인정 기준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이 상각을 승인하면 손비처리할 수 있다"며 "승인받은 대손상각비에 대해서는 세무당국의 법인세 추징을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이 조항에 근거해 관련 비용 등을 손금 처리해왔는데 국세청이 금감원장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손비처리한 대손상각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이 우리은행 세무조사 결과 및 향후 우리은행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 방식을 택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은행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세금추징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법적 측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에 국세청이 과세를 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이 조세불복 등 소송을 통해 추징된 세금을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속된 말로 우리은행이 '총대'를 메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향후 타 은행 세무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세금추징이 무더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법에 근거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 부과된 것"이라며 "이런 사례가 추후 다른 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마다 반복될 공산이 크며 결국 은행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은행은 이 부분에 대한 조세불복 절차 진행 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과세불복 문제는 2월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인세법 시행령에 근거해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았다면 일반적으로 손금으로 인정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파악된 (세금추징)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