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환수 국세청장이 다시 한 번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일 단행된 부이사관 승진인사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름을 적어 넣은 것이다.
그동안 부이사관 승진자는 본청 주요 과장급 위주로 선발됐다.
2급 지방청(대전·광주·대구)에서는 물론, 1급 지방청인 서울청과 중부청, 부산청 과장급에서도 부이사관 승진자는 손에 꼽힐만큼 극히 드물었다.
국세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순수 지방청 자원 부이사관 승진자는 지난 2007년(광주청-박요주), 2005년(부산청-서경식), 2001년(광주청-양홍선) 각 1명 등 산발적으로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박영태 전 강남세무서장 케이스가 존재하지만 박 전 서장의 경우 본청(소득지원과장)에서 근무하다 강남세무서로 이동, 강남세무서가 부이사관급 임명이 가능한 3급 세무서로 격상된 이후 단행된 인사였기 때문에 '본질' 자체가 달랐다.
이번에 승진한 송바우 광주청 성실납세지원국장도 사실상 본청 자원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번 부이사관 승진인사에서 2007년 이후 대가 끊겨 버린 순수 지방청 자원 중 대전과 대구청 과장급 직위자 중 2명(손남수 대전청 성실납세지원국장, 이상화 대구청 조사2국장)을 부이사관 승진자로 낙점했다.
이는 임 국세청장이 자신의 인사철학으로 제시한 '희망사다리'의 연장선상이자 부이사관 승진인사의 뿌리 깊은 관행이었던 '본청 중심주의'를 무너뜨린 선택으로, 조직에 신선한 충격을 준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5명의 부이사관 승진자 중 2명을 본청 과장급 요직에 배치된 쟁쟁한 행시 출신 후보자들을 제쳐두고 비고시 출신으로 채웠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부이사관 승진(류덕환 강남세무서장, 김대훈 서울청 감사관)인사까지 범위를 넓혀 계산할 경우 총 7명의 부이사관 승진자 중 4명이 비고시 출신으로, 행시 출신을 압도하는 '역전현상'을 만들어냈다.
비고시 출신들의 경륜과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낮은 지점에서부터 조직에 헌신해 온 비고시 출신들을 확실히 우대하는 임 국세청장의 '용인술'을 재차 입증해 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승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우선권을 점유해 온 행시 출신들에게 인사관행에 따른 '무임승차는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비록 전임자가 비리 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전면에 등장한 이상화 대구청 조사2국장은 국세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조사국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도 모자라(?) 2호 여성 부이사관 승진자(1호 이창숙 전 전산운영담당관-퇴직) 타이틀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이상화 국장과 손남수 국장은 국세청 인사관행에 따라 명예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 '명예' 차원의 승진 인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이상화 국장은 1958년 출생자로 올해 하반기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손남수 국장은 1959년생으로 내년 상반기 명퇴 대상이지만 현재 보직을 임명받은 지(지난해 연말)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승진이나 보직이동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이사관 승진인사 명단에 숨겨진 임 국세청장의 '지향점'이 하나 더 있다.
승진자 중 2명(손남수, 송바우)이 각각 대전과 광주청 성실납세지원국장이라는 지점이다.
임 국세청장은 지난해 연말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각 지방청 성실납세지원국장 인사에 유독 '액센트'를 부여한 것이 사실.
자신이 도입해 온 '사전 성실신고 안내 강화' 전략이 지난해 세수실적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아래 올해 또한 이 기조를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 중진급들을 배치하는 한편 각 지방청 성실납세지원국장의 지위를 높여주는 등 힘을 잔뜩 실어준 것이다.
임 국세청장의 '승부수'가 올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한편 이번 승진 인사로 인해 국세청 부이사관 현원 18명 가운데 5명이 비고시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남은 부이사관 자리는 2자리(성동세무서장 1, 본청 1). 국세청은 조만간 다시 한 번 승진 인사를 단행해 남아있는 자리를 바로 채워넣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