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납세자권리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의 권위가 끊이지 않은 인사 구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심판원에 각자 다리를 하나씩 걸친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 부처들이 심판원 국과장급 자리를 놓고 '자리 나눠먹기'를 하면서 심판원의 설립 취지와 역할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단행된 심판원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도 논란이지만 국장급인 상임심판관 인사를 두고도 전문성 시비가 동반된 논란이 야기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세심판원의 '파행적 운영'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심판원장이 인선됐지만, 심판원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쏟아지는 일거리에 고통받으며 틈만 나면 인력확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시급하게 채워야 할 상임심판관 한 자리는 한 달이 넘도록 채우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강민수 전 상임심판관(현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이 인사교류 기간을 마치고 원 소속부처인 국세청으로 복귀한 이후 해당 직위는 공석 상태다. 애초 국세청과 인사교류 대상이었던 엄선근 국장이 원대복귀 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인공위성' 처지다.
엄 국장이 국세청으로 파견되어 있는 동안 국세기본법상 상임심판관 임기요건이 바뀌면서(종전-3회 연임, 개정-1회 중임) 엄 국장의 인선이 애매하게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뒤늦게 파악한 국무총리실이 기획재정부 세제실, 인사혁신처 등 관계기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감감무소식, 시간만 소비하고 있는 형편.
상임심판관은 심판사건 주심 또는 부심을 맡아야 하지만 상임심판관이 공석인 심판부 사건의 경우 주심이 없는 상태에서 파행적인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사 문제가 납세자권익보호를 위한 중요한 활동의 '장애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암암리에 '차기 상임심판관 후보'로 꼽히고 있는 국무총리실 출신 인사가 자격요건을 채운 즉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심화석 심판원장이 취임하면서 상임심판관 1자리가 추가적으로 공석이 됐지만, 이 부분도 상식밖의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처럼 심판원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심판원이 지난 2008년 기재부 산하기관에서 독립, 국무총리실 산하로 재편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재편 당시 행정자치부가 관할하던 지방세 행정심판까지 끌어오면서 각 부처(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가 각자 '기득권'을 주장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심판원 내부의 인재풀이 매우 빈약한 상황이었다는 점도 기폭제가 됐다. 이에 출범 초기 지방세 심판부는 행정자치부 출신들이 유입됐고, 이후 국장급의 경우 순수 심판원 출신들과 기재부 출신들이 배치되다 변칙적인 방법으로 국세기본법상 자격요건을 채운 총리실 출신들까지 내려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순수 심판원 출신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 좁아져 버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기재부 산하 기관 시절도 세제실 출신들의 '정거장' 개념으로 인사가 이루어진 측면이 많았지만 순수 심판원 출신들이 성장해 고위직으로 올라선 케이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총리실, 행자부까지 자리다툼에 가세했으니 앞으로 전문성 시비는 물론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촌평했다.
실제로 상임심판관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한은 국무총리실,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비롯한 각종 업무와 관련된 규정의 총괄권한은 기재부, 지방세 총괄기능은 행자부가 각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사 문제에 있어 이리 저리 휘둘릴 가능성은 매우 높은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파격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합 이전처럼 국세관련 심판기능은 국세심판원으로 일원화해 기재부 산하 또는 완전한 독립기관으로 재편하고 지방세관련 심판기능은 행자부로 넘기는 것이다.
애초 2008년 통합 재편 당시 명분이었던 조세심판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현재의 체제를 고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