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는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4% 이상 하락했다. 중국발 금융불안, 유가 하락, 일본 증시 급락, 북한 리스크에 유럽은행 부실화 이슈까지 겹쳐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까닭이다.
하지만 중국발 쇼크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은행 요구자본비율 완화, 2월 국내 기준금리 동결 등 정책적 수혜가 예상됨에 따라 상반기 중 은행주의 상승 반전이 점쳐지고 있다.
□ 중국발 쇼크로 은행주 연초 대비 0.44% 하락
은행주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 은행의 건전성 악화 우려로 아시아국가의 자본 국외 이탈로 이어져 연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적으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최근에서 채권시장에서도 자금 이탈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 사이에 채권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채권을 팔아치운데 이어 설 연휴가 끝난 11~12일 이틀 동안 1조3000억원이 넘는 채권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코스피지수와 은행주를 하락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업종지수는 15일 기준, 연초에 비해 0.44%(0.9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 정부 적극적 개입으로 글로벌 금융불안 완화 전망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 급락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 및 상반기 예정된 국내 정책 수혜로 은행주가 상승 반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3월 중 중국 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개혁방안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이 나오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시장의 평판을 높여 금융 자율화를 높이는 것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했던 중국의 목표"라며 "앞으로 중국 정부는 경제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은행주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겠지만, 저평가 되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한국 은행들의 주가 상승 여력도 높다"고 덧붙였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여신 부실 발생 가능성과 이에 따른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작용하고 있는데 우려 수준이 과도하다"며 "은행주는 상반기 26%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 경기대응완충자본 부담 줄어들 듯… 은행권 '안도'
전문가들이 국내 은행주의 상승 트리거를 점치는 배경에는 은행 요구자본비율 완화, 기준금리 동결 지속 등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도 있다.
올해 바젤II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2019년까지 은행 요구자본비율을 점진적으로 상승시킬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으로 자본보전완충자본(2.5%), 경기대응완충자본(0.0~2.5%), 시스템적 중요 금융사(D-SIB/1.0%) 등의 항목에 대해 2019년까지 점진적으로 매년 일정부분 상승시킬 예정이다.
이 중 경기대응완충자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모든 은행이 금융 확장기에 자본 안정성을 위해 자사 보통주자본 기준 최대 2.5%까지 따로 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자금이다. 즉, 의무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는 가계의 비상금과 같은 것이다.
이 부분이 0%가 될지 2.5%가 될지에 따라 은행들의 자본 전략과 일부 은행들의 증자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올 상반기 중 결정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최근 경기상황 등을 감안 시 금융 확장기로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낮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경기대응완충자본이 0~1% 수준으로 결정될 경우 D-SIB에 포함되는 은행들은 보통주요구자본비율이 2019년까지 9~10% 수준, 포함되지 않는 은행들은 8~9%에 그쳐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2월 국내 기준금리 동결로 은행권 '호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이나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에도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1.75%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후 8개월째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에는 ▲ 세계 경제 불안정 ▲ 자본유출 우려 ▲ 가계부채 증가세가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증시와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고, 안전자산선호심리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국내금융시장에서 자본유출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
금리인하는 이런 자본유출 흐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만일 추가적으로 인하가 단행된다면 은행주는 한번 더 하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한은이 금리동결이나 상승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고, 은행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주가가 이미 크게 하락해 추가 하락폭도 제한적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