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해 8시간 이상 발언을 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여 "국민안전에 대한 테러"…야 "다수당 견제, 野 최후보루"
야당이 테러방지법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47년 만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이틀째 이어가자 여당이 24일 "국민 안전에 대한 테러"라며 성토했다.
야당은 전날(23일) 오후 7시 7분쯤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과 더민주 은수미 의원이 차례로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을 현재(오전 11시)까지 이어가고 있다.
첫 주자로 나선 김 의원은 5시간 32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 지난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넘어섰다. 이어 문 의원은 1시간 49분 발언을 했다.
특히 세 번째 주자로 오전 2시 27분쯤 시작한 은 의원은 현재까지 8시간 넘게 발언을 하면서 김 의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에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더민주는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나서 내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로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에서 부활했다. 필리버스터는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동됐다.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합법적 거부권 행사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 의석수(157석)로는 불가능하다.
테러방지법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 권한 확대다. 국정원이 영장없이 개인의 계좌와 위치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정보수집권'이 주어져 일상적인 '사찰 합법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야당은 정보수집권한을 국정원이 아닌 국민안전처에 둘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더민주가 19대 국회를 뇌사국회로 전락시키더니 이제는 우리 안보마저 무방비 상태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엄중한 안보상황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는 그 자체가 국민 안전에 대한 테러"라고 비난했다.
원 원내대표는 "김정은이 대남테러 역량 강화 지시를 내렸고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어제 청와대 등을 1차 타격하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제1야당 더민주의 행태는 국가도 국민도 안보도 없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정치쇼만 벌이고 있다"고 거듭 일갈했다.
그는 "테방법은 있을 수 있는 테러를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는 법안"이라며 "국가안위와 국민 안전에 여야와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더민주는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고 필리버스터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들을 테러에서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처리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날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회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정 대변인은 필리버스터 상황에 따라 청와대가 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필리버스터와 관련해선 앞서 말씀드린 내용으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테러방지법 표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진행에 대해 "무제한 토론은 다수당 독주로부터 견제의 핵심 가치를 지키려는 하나의 투쟁수단"이라며 "과반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의회독재를 막아내는 야당의 최후보루"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지 않는다. 테러방지법에 담긴 국가정보원의 인권침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거듭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테러방지를 위해'라는 불명확한 사유만 있으면 긴급 감청을 통해 이메일·문자(메시지)·카톡에 접근할 수 있는, 인권을 유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 애플이 총기 테러범의 수사를 위해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라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법원의 요구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불응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에서 통신 프라이버시 인권을 지켜줄 정부가 무너지는 마당에 우리 당이 같이 동조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인권침해)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테러방지법 내용의 삭제·변경을 요청하고 있다"며 "그것이 변경만 된다면 지금 테러방지법이 불철저하고 부족해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것에 대해 "그 배후에 박근혜 정부의 압박이 놓여있다"며 "의회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름 노력한 의장마저도 박근혜 정권의 휘하에 들어가 의회주의가 무너진 모습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