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가 4일 강남 토즈센터에서 '1인1개소법의 가치를 말한다'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달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의료법 제33조8항'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앞두고 이날 좌담회에서는 1인1개소법의 가치를 되돌아보면서 네트워크병원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치과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모색했다.
발제에 나선 건치 김형성 사업1국장은 유디치과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가격정책이 아닌 과잉진료와 이면계약, 불법의료기기 사용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실제 유디치과가 주장하는 가격파괴는 치과계에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었으며, 유디치과 외에도 더욱 저가경쟁에 몰입하는 치과들은 많았다"며 "문제는 의료의 질 하락과 과잉진료, 불법진료가 만연하는 윤리적 책임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윤리적 하한선을 파괴하는 것이 극단적 영리행위와 이를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1인 다수의료기관 개설의 문제"라며 "현재 합법적 규제 안에서 의료정보 공유와 기술개발, 공동구매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경영효율화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굳이 의료인의 다수 의료기관 운영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불법 네트워크들이 자행한 과잉진료와 노동착취, 불법진료의 가능성을 더욱 열어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소한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 의료공급은 90% 이상이 민간에 맡겨있다. 건강보험제도를 빼면 모두 시장화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비영리법인과 1인1개소로 의료기관 개설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영리행위를 규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의료법 33조 8항 개정 전후 모든 국가적 규제와 관리는 모두 시장화, 규제완화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기에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경기도치과의사회 최유성 정책이사, 건강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양승욱 고문 변호사 등이 참여해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최유성 이사는 "공개변론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만큼 홍보가 됐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1인1개소법의 가치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 같이 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정형준 위원은 네트워크 병원의 문제점으로 ▲의료민영화 가속화 ▲네트워크 가맹비 등으로 의료비 증가 가능성 ▲병원 내 인력 아웃소싱에 MSO(병원경영지원회사) 활용으로 비정규직 양산 및 의료 노동력 질 저하 ▲이윤극대화 동기로 인한 병원자본 확대로 합리적인 약품 및 의료기기 선택 제한 ▲적정진료에 대한 환자 및 의사들간 신뢰에 악영향 등이다.
이와 관련 정 위원은 "네트워크 병원이 합법적이라고 해도 가맹비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모 병원은 가맹비가 진료수익의 약 5%다. 이러한 높은 가맹비는 과잉수요를 창출한 상황을 가중시킨다"며 "환자들도 의사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한 환자는 수술전문병원에서 수술하라고 했는데 우리 병원에 와서 수술해야 되냐고 물어봤다.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데 너무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동료의사를 뭐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이는 결국 의사들간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토로했다.
또한 정 위원은 "공동구매, 가격경쟁 등이 논란이 되는데 의료는 일반 상품과 달리 싸게 산다고 좋은 게 아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잘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의료인들 스스로 투명한 회계 운영을 전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패널인 양승욱 변호사는 "곧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어 오늘 말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며 운을 뗐다.
양 변호사는 "병원을 1000개 소유하고 있는 의사가 갑자기 사망을 하게 된다면, 1000개의 의료기관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파급의 말단에 환자가 있다"며 "의료기관은 여타 직업 수행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모든 것은 책임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헌재 결정에서 어느 정도는 합헌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공개변론이 법이 갖고 있는 본래 취지를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의료법 33조8항이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공개변론에서도 폐해를 지적하기보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환기시켜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잘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이날 좌담회를 주최한 건치 전민용 대표는 "반대편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면서 의료공공성 문제를 해석해봐야 한다"며 "1인1개소에서 2개소는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등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열린 마음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