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 국장(고광효)을 상임심판관에 인선한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정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하나를 풀어내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세청과의 인사교류를 마치고 지난해 말 원대복귀한 A국장 문제다. A국장은 이미 3개월 동안 '인공위성(자리가 없어 대기발령 상태인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언제나 매듭이 지어질 지 기약하기도 힘들다는 점이 문제.
A국장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시발점은 A국장이 교류인사를 통해 국세청으로 넘어가 근무하던 와중에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상임심판관 임기요건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종전 '3회 연임'에서 '1회 중임'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이미 한 차례 중임한 상태에서 국세청으로 넘어갔던 A국장의 경우 사실상 상임심판관으로 임명되기 힘든 상태다.
이 문제를 뒤늦게 파악한 국무총리실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법의 해석도 해석이지만, 근본적으로 '인사 문제'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가타부타 결론을 내려주기가 애매했다는 것이다.
총리실은 이에 최근 A국장과 같은 인사교류의 경우 '예외규정'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종전 질의서와는 달리 이번 질의서에는 '당연히 복귀를 해야한다'는 인사교류의 의미가 담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팎에서는 총리실의 행보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많다.
일단 세제실 안팎에서는 결과적으로 '개인(A국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번 다시 없을 예외규정을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총리실 질의에 대한 해석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리실이 공석 중인 심판관 자리에 이상헌 심판조사관(부이사관, 행시 36회)을 직무대리로 임명해 놓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국장은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현재 심판원 수장인 심화석 원장(행시 33회)보다 행시 선배. A국장 문제가 잘 풀려 복귀한다면 이상헌 국장은 직무대리에서 해제, 다시 과장급(심판조사관)으로 원대복귀해야 하고 최소 1~2년 승진길도 막혀버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행시 39회 출신 상임심판관(진명기)까지 포진된 상황을 감안할 때 최악의 인사적체 현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안팎에서는 총리실이 표면적으로는 A국장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석을 내리기 애매한 유권해석을 핑계로 인사의 책임을 기획재정부에 떠밀어 넣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심판원의 한 관계자는 "A국장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래 해결되지 못할 줄 몰랐다"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만 놓고 볼 때 A국장의 복귀는 이런 저런 논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로 이어지기 전 (국무총리실의)선제적인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