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늘리기, 증세보다는 자발적 납부 유도가 해답"

납세자인 기업과 가계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새로운 세목의 신설이나 세율 확대 등의 증세정책을 펴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부분의 국세가 부과 고지되는 세목이 아니라 자진신고납부 세목이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자발적 '납세순응행위'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세수 늘리기 방안이라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납세자와 함께하는 조세정책'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납세자의 심리적 요인이 납세순응 행위에 미치는 영향'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이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국가재정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세입 확충이 필요한데,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예산보다 낮은 세입 실적은 구조적으로 세수입의 GDP 탄력성이 하락한 상태로 판단됨에 따라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국세수입 및 총수입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더욱이 인구고령화와 복지제도 성숙 등으로 재정지출규모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입을 늘리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노릇.

이에 논문은 어려운 재정과 증세정책의 제한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발적 세수를 늘릴 수 있도록 납세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납세자들의 심리적 요인에 해당하는 성실납세의향, 사회적 규범, 조세이해도, 조세형평성, 국세청 신뢰 관련 변수들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양(+)의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실납세의향 지표를 분석한 결과, 국세청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성실납세의향 점수가 높게 조사됐다. 또 정기적 탈세의 적발 가능성을 높게 인식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해당 분야 점수가 높았으며, 납세협력부담이 높다고 인식한 사람들도 반대 의견의 응답자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특히 국세청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는 과세행정 관련 변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의 납세협력부담이 보통이라고 인식거나, 탈세에 대한 처벌강도 인식에서 처벌강도가 높다고 인식하는 경우에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논문은 "일반 국민들이 성숙한 납세의식, 즉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려는 마음자세와 납세순응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형성이 사회 구성원의 납세순응행위에 결정적인 요인임을 고려할 때,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은 또 "국세청에 대한 신뢰 외에도 정기적으로 탈세를 하는 경우 틀림없이 과세관청에 발각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성실납세의향과 납세순응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형성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세무조사나 사후검증 같은 사후적인 법 집행, 사전적으로 탈세를 못하게 만드는 과세망의 구축 등 과세행정 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