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이 개최한 '납세자와 함께하는 조세정책' 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박명호 조세연 장기재정전망센터장,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홍성훈 조세연 부연구위원,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 장경덕 매일경제 논설위원.
'제50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원장 : 박형수, 이하 조세연)이 납세자와 함께하는 진정한 조세정책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7일 조세연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납세자와 함께하는 조세정책'을 주제로 제50회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박형수 조세연 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제1세션에 박명호 조세연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이 '납세자의 심리적 요인이 납세순응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제2세션에 홍성훈 조세연 부연구위원이 '국제적 조세규범 변화와 우리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사회는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박형수 조세연 원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와 국민생활의 근간 중 하나는 바로 세금"이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 사회적 도전을 극복하고 국가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세금의 징수와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사회는 모든 납세자가 공정하게 세금을 내고 필요한 곳에 낭비되지 않아야 하며 납세자들이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납세자의 날을 기념해 조세연에서는 지속가능한 국가재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납세자와 함께하는 조세정책을 모색해본다"고 전했다.
심포지엄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은 "세제실과 국민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1만2000여명의 세무사"라며 "조세정책과 조세행정의 한 축으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세무사들의 영역이 국내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우리 세무사들도 FTA 등을 맞아 업무영역을 국제화하도록 하겠다"며 "조세연이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더욱 더 좋은 심포지엄을 많이 열고 계속해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1세션의 박명호 센터장은 연구결과를 통해 납세자들의 심리적 요인에 해당하는 성실납세의향, 사회적 규범, 조세이해도, 조세형평성, 국세청 신뢰 관련 변수들이 납세순응행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박 센터장은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기꺼이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지려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심어주고, 납세순응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며 "아울러 국세청에 대한 신뢰형성과 더불어 정기적으로 탈세를 하는 경우 틀림없이 과세관청에 발각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성실납세의향과 납세순응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2세션의 홍성훈 부연구위원은 OECD와 G20에서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방지 프로젝트의 최종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정책 권고 사항을 개괄적인 수준에서 정리, 우리 정부와 경제계가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홍 부연구위원은 "국제경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자본수입국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본수출국 또는 자본중개국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자본수출과 중개 역할을 더욱 활발히 담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세정책 및 행정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며 국제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조세·금융·투자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션이 끝난 뒤에는 패널들에 의한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로는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 장경덕 매일경제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김갑순 교수는 "납세순응도를 높이는게 앞으로 복지재원지출 세수조달의 원천이 되지 않겠냐는게 박명호 센터장 연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연구의 설문조사 대상자들은 개인들이며, 연소득 5000만원 미만이 절반 이상"이라며 "과연 납세순응도를 올린다고 해서 복지재원조달을 할 수 있을만큼 세수가 걷힐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문성 교수는 납세순응도 관련 연구에 대해서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낼 세금을 기분좋게 내는게 좋다. 세금이 '공평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괴리감이 들지 않도록 정부의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BEPS 관련 연구에 대해서는 "국제조세에서는 국가들이 자기 이익만 주장하다보면 오히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내줄 것은 내줘야 한다"며 "어차피 (BEPS 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가) 가야할 길이라면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탈세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것과 더불어 외국으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보호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경근 조세자문부문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상당부분 세부담이 많아지거나 이중과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OECD에서는 국제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상호합의, 중재제도 부분을 활성화하려고 추진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상호합의에는 적극적이지만 중재제도에는 소극적"이라며 "중국이나 인도처럼 OECD 규정에 잘 따르지 않는 국가들에 대응하기 위해 중재제도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발언을 모두 들은 박명호 센터장은 "어떤 나라 사람들은 차가 없으면 빨간 불일때도 횡단보도를 건너지만, 어떤 나라 사람들은 차가 없더라도 녹색 불에만 횡단보도를 건너곤 한다"며 "우리나라 납세인식 현실에 맞춰 성실납세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홍성훈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BEPS 관련 제도가 구체적으로 입법화될 예정인 만큼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