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옥새투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대표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인 유승민 의원이 외친 '정의가 아니다'는 말을 되뇌며 청와대와 친박계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벼랑 끝으로 몰려 결국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비롯해 공천관리위원회가 '진박(진실한 친박)'을 꽂아놓은 5곳에 대한 공천 의결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공천탈락한 주호영 의원이 법원에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대구 수성을에 대해서도 의결하지 않기로 했다.
□ 유승민 등 비박 5곳 솎아내고 '진박심기'에 제동 =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 등은 이날 오전 8시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의 옥새투쟁에 맞서 대표대행 체제 논의에 돌입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는 집단지도체제다. 당헌당규에 따라 그 다음 사람(차순위 최고위원)이 사회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최고위 소집을 계속 거부하면 차순위 최고위원인 원유철 원내대표가 회의를 소집,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서울로 상경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당무거부도 아니고 유고(有故)고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마음의 변화가 없다"면서 "여기 있어도 (대표) 권한대행은 안 된다"고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대표권한 대행 주장을 일축했다.
후보자 등록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김 대표가 의결을 안 할 경우 '진박 5인방'의 출마는 물거품이 된다. 후보자 등록기간 전(23일)까지만 당적을 바꿀 수 있어 무소속 출마도 어렵다.
□ 진박심기에 반기, 대통령에 '정면도전' = 결국 김 대표의 '옥새투쟁'은 박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4년 개헌 발언 논란과 지난 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논란 등 청와대가 불쾌감과 압박을 표출할 때마다 자신의 뜻을 접었던 김 대표가 4.13 총선 공천 막바지에 반기를 제대로 든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예상치 못한 '승부수'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매번 박 대통령의 뜻에 맞추어 무릎을 꿇어왔기 때문이다. '무쫄(김무성 졸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의 '승부수'는 총선 후 대선주자로서 자기 길을 가겠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총선 후 대통령의 임기는 1년8개월 남짓 남게 되지만 내년 대선 경선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총선 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박해'를 받은 유 의원도 공천과정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고 서울 종로 출마선언을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올해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파급력이 크기에 김 대표로서는 승부수를 언젠가는 띄워야하는 상황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김 대표의 행동은 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전쟁 선포"라고 한 것도 결국 이번 공천이 박심(朴心)에 의해 좌우됐고, '배신'으로 찍힌 유 의원과 이재오, 주호영 의원을 솎아내고 '진박 심기'에 혈안 됐었다는 반증이다.
□ 유승민-이재오-주호영 살리기, 대선 준비(?)…대통령 산 넘어야 = 이를 김 대표가 막판에 막으면서 이들 의원들을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오게 하는 것이 대선주자로서 힘을 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이 된다고 해도 자신의 손발인 측근들이 모두 잘려나간 상태에서 당내에서 힘을 받기 어렵고 이 의원 역시 앞서 19대 공천 당시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측근인 진수희, 권택기 전 의원 등이 공천 탈락된 바 있다.
이들 의원과 협력해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면 김 대표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 때문에 공천 막판에 승부수를 띠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부터는 대선 판이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가 1년6개월 넘게 남아 진박들을 심어 넣고 싶겠지만 너무 무리수를 많이 뒀다"며 "김 대표 입장에서는 나름 거물급인 유승민, 주호영, 이재오 의원이 없으면 지금보다 더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의원들이 공천 학살의 상징이 됐고 그렇게 될 때까지 자신이 도와준 게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가만히 있었다는 비판도 받는데 옥새투쟁으로 막아주면서 이들이 무소속이라도 당선되어 돌아오게 해야 김 대표로선 면이 서는 거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여권 지지층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을 벌써 생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함께 정치를 해온 도의상 세 의원들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라며 "무공천으로 해서 그들이 살아 돌아오면 지원군이 될 수 있겠지만 박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이기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지층 성향상, 대통령이 공격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오히려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진박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김 대표가 '역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