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13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6일 부산을 찾아, 사하구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관을 방문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 10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여당 텃밭인 부산을 찾아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호언장담했던 시스템 공천은 새누리당 역시 여지없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계파 청산을 넘어 '집단 숙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김무성 죽이기' 욕설 파문으로 정계은퇴까지 압박받은 윤상현 의원을 공천배제 시키면서 비박계 의원 7명을 동시 탈락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 거리를 두거나 비판했던 '비박'의원들의 대거 탈락은 '진실한 친박(진박) 심기'를 위한 '비박학살'이라는 지적이다. 그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이다.
□ 친박 핵심 윤상현 '논개작전', 유승민계 대거 '탈락' = 무엇보다 지난 해 원내대표 재직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과 친분이 있는 의원들이 대거 공천 탈락됐다. 현재까지 거의 모든 지역구에 대해 공천발표를 하고 유 의원만 달랑 남겨 놓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가 내세운 상향식 공천 역시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공천으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공천권이 곧 당권인 한국 정치에서 현재 여당 대표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이 위원장은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은 사람', '양반집 도련님', '저성과자', '비도덕·비인기자', '월급쟁이' 등을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새롭게 거론하며 현역의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사했고 비박계 의원들 탈락에 집중시켰다.
결국 새누리당의 공천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당의 시스템 공천은 무너지고 '대통령 사심'에 의한 공천으로 번지면서 탈락한 '비박'들은 대거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통령 대구 방문 후, '진박'들 공천…노골적 진박 심기 =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의도 연구원의 여론조사 공정성 시비가 붙고 있다. '진실한 친박'(진박) 심기를 위한 여론조사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 직후 대구지역 경선에 필요한 현지 여론조사를 추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진박 마케팅'을 내세우며 대구지역에 출마한 청와대 혹은 장관 출신 예비후보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박근혜 방문 효과'를 반영한 여론조사를 공천 심사에 활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심사 막바지에 이르러 유독 대구에서만 여론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후, 지난 15일 저녁 발표된 대구지역 공천에서 김희국(중남구), 류성걸(동구갑) 의원이 공천 탈락했다.
두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되고 있다.
□ 진영·이재오·조해진·주호영 탈락…"최악의 집단 학살"= 또한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과 관련 오픈프라이머리 안심번호 문제를 맡아 처리했던 북구갑의 권은희 의원 역시 공천 배제됐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중남구),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서구)예비후보는 경선지역으로 묶어 살아남았다.
여당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여론조사를 추가로 안했는데 왜 대구만 그것도 대통령 방문한 후에 하느냐"며 "어떻게 해서든 영향을 진박들에게 미쳐서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다.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박으로 불리는 서울 마포갑 안대희 전 대법관, 대구 동구갑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대구 달성의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최종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구 지역의 경우 19대 현역 의원 12명 중 유 의원(동구을)을 제외하면 3명만이 생존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과 원내대변인이던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분당갑) 역시 공천 탈락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악의 집단학살 공천"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청와대와 대립했던 진영(서울 용산) 의원 역시 공천 배제됐고, 3선으로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까지 지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도 탈락됐다.
특히 주 의원 지역구는 다른 경쟁자가 없이 단독으로 공천신청이 됐지만 공관위가 이 지역을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해 공천배제 됐다. 이에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수성구청장 공천 문제를 두고 이 위원장과 주 의원이 대립했던 것이 작용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서울 은평을)과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임태희 전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을)도 공천배제 됐다. 임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 역시 재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족)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 김무성, 이재오-주호영 구명에 이한구 거절…'무·한 대립'= 새누리당 공천이 사실상 '진박 심기', '비박 솎아내기'로 드러나면서 비박계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박계의 집단 반발을 의식해 김 대표는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주호영 의원의 구제를 공관위에 요청했지만 이 위원장은 단박에 거부했다.
당 대표의 권위는 무색해졌다.
특히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이기'욕설 파문은 김 대표의 공천마저 풍전등화 형국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설 녹취가 공개되고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친박계와 김 대표가 '공천 딜'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대표와 김무성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살아남은 것을 두고 친박계가 '김무성 죽이기'를 사전모의한 정황이 폭로된 대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무성계 의원들인 김학용, 김성태, 권성동, 이진복 의원 등은 공천이 확정됐다.
대구 북구을에 공천신청을 했다 탈락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CBS라디오에 나와 이에 대해 청와대와 김 대표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밀실공천'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김무성과 김무성계를 계속 압박하면서 김무성 대표로부터 본인과 자기 계보에 있는 사람들 일부를 살리는 것으로, 공천의 대가를 주는 것으로 하고 이렇게 마무리(공천학살)한 것이 아닌가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의 뜻이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이번 공천에 대해 "이한구 위원장이 당 대표를 무시하고 권한을 넘어서는 발언을 하는 것은 청와대가 다 용인을 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못한다. 이미 몰래 현기환 정무수석을 만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훤히 보이는 손이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