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20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도부 책임지고 사퇴, 막장공천은 친박 책임…조기 전대 갈등 재현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지형이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은 105개 지역구 승리와 비례대표 17석을 얻어 122석에 그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10개 지역구에서 승리하고 비례대표 13석을 얻어 123석이 됐다. 새누리당이 18, 19대까지 지켜오던 원내 제1당의 지위도 더민주에 내주게 됐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자만이 부른 자멸이라는 평가다.
한 때 의석 3분의2인 180석을 예상하던 새누리당의 기백은 총선 공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잡음으로 인해 어이없이 사라졌다. 친박계에 의한 '박심(朴心) 학살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셈이다.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공천이 패배의 최대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통령에게 배신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을 벼랑으로 내몰며 탈당을 압박했고, '진박' 논란에 이어 친박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대표 간의 대립도 지지층을 크게 실망시켰다.
□ 국민 안중에 없고 오직 '朴心공천' 매몰…유권자, '정권심판' = 가장 중요한 경제와 민생을 신경 쓰기보다 '막장 공천 전쟁'에만 몰두한 모습에 유권자들이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물급의 중진들과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텃밭인 부산에서 야당에 5석을 내주는 '충격파'까지 안았다. 대선주자급인 오세훈(서울종로)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대구 수성갑) 전 경기도지사의 패배는 민심의 이반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
또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무소속 유승민 의원(동구을)이 75.7%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수성을에 주호영 무소속 후보 역시 당선됐다. 더민주의 김부겸 후보(수성갑)와 무소속이지만 더민주 탈당파인 홍의락 후보(북구을)가 당선되면서 박 대통령의 입지마저 흔들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지도부는 14일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잇따라 표명,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선에 불출마한 김태호 최고위원도 뒤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은 총선에서 낙선해 더 이상의 최고위원직 수행이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은 총선 직후, 지도부가 해체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비상대책위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패닉 상태에 빠진 새누리당은 향후 비대위 체제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 조기전대 불가피, 친박-비박 책임 놓고 갈등 불가피 = 총선 참패 책임을 놓고 다시 친박-비박 간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탈당파 무소속 당선인들이 복당을 한다 해도 과반의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여당 내 역학관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 대표의 책임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박심'에 의한 공천을 위해 막장드라마를 만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진박감별사'를 자처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최경환 의원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공천을 '학살 공천'이라고 하지 않느냐. 김무성 대표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있지만 공천문제는 전적으로 친박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공천과정이 잡음을 넘어 '막장'으로 치달은 것에서 지지층이 실망해 외면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향후 비대위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앞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볼 때 총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친박-비박계 간의 혈투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대는 2017년 대선을 관리할 지도부이기 때문에 계파 간 치열한 대립은 불가피하다.
친박계에서는 최경환, 이주영 의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등이 당권 도전을 할지 주목된다. 비박계에서는 당장 당권 주자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복당할 경우 유 의원을 비박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원 원내대표가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돼도 "복당은 절대 안 된다"고 한 바 있어 유 의원 복당은 불투명하다.
□ 여연, 과반의석 실패 조사에도 '1여다야' 구도 안심 = 또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총선 선거운동 직전 안심번호로 조사한 데이터에서 과반의석 실패를 정확히 예측했음에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자멸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여연의 조사 직후, '읍소전략'으로 바꿨지만 한편으로는 언론사-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과반의석 혹은 160석 이상이라는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
이는 결국 그동안 새누리당이 집전화로 조사해 정확성이 떨어진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를 맹신한 채 자신들의 여연 조사는 오히려 반신반의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 관계자는 "여연 조사를 보고 당직자들 사이에서 많이 놀랐지만,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1여다야' 구도이니 비교적 낙승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유권자들도 야권이 분열된 상황이니 안심한 것 같고 우리 역시 대선 때처럼 투표장으로 더 이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