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의석수 분포
'대구' 4석 잃어, 수도권 '정권심판' 표결집…참패 책임 불가피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는 커녕, 105개 지역구 승리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안팎에서는 충격의 참패라는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지적이다.
선거결과 전통의 강세지역에서만 겨우 힘을 썼을 뿐,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야권에 완전히 밀려난 결과표가 있으니 참패를 불러온 다른 이유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발언기회 때마다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외치면서 '국회 심판론', '야당 심판론'을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제왕적이나 다름없었던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전통 여권지지층의 균열이 나타나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참패에는 내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된 막장 공천으로 인한 지지층 이탈, 경제정책 실패 외에도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도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 朴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자초…유권자 '오만' 심판 = 박 대통령은 총선에서 과반의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본 탓인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 공천이 '朴心 학살 공천'으로 된 것은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물갈이 성격이었다.
지난 해 원내대표로 지내면서 공무원연금 개혁법 처리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원내대표에서 반강제적으로 사퇴하게 했다.
이후 친박계가 밀어올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과정에서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구을)만 공천보류를 하며 유 의원을 벼랑으로 몰아 결국 탈당을 결심케 하고, 무소속 선거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공천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것이 논란이 됐고, 김무성 대표와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막장 공천 과정이 결국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공천 영향력 행사라고 인식했다는 지적이다.
□ 고향 대구의 배신, 선거의 여왕 '굴욕' = 막장 공천 영향으로 텃밭인 영남에서 총 17석을 내줘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무소속 유승민 의원(동구을)이 무려 75.7%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무소속 출마한 주호영 의원(수성을) 역시 친박이 꽂은 후보를 보기좋게 밀어내고 승리를 거뒀다. 또한 더민주의 김부겸 후보(수성갑)와 무소속이지만 더민주 탈당파인 홍의락 후보(북구을)가 여당 후보를 밀어내면서 대구에서의 박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어 놓았다.
부산에서도 더민주가 5석을 거머쥐었고 경남에서는 3석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총선개입 논란은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등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이어졌다. 경제활성화 관련법 처리를 거듭 강조하며 이를 반대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을 향해 '심판론'을 자주 꺼내들었다. 경제활성화 관련법 통과를 위해 기업들 위주의 서명운동에도 동참했다.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경제활성화-노동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국회에 대해 한숨을 거듭 내쉬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어 주셔야 한다. 국민 여러분이 한데 힘을 모은다면, 우리 앞의 거센 도전도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국회심판론을 호소했다.
국회심판론 총선 직전인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도 국회심판론을 내세우며 "20대 국회는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야당은 이를 "최악의 선거개입"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경제 살리기에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이었지만 민심은 국회가 아닌 여당과 정권을 심판하는 것과 동시에 정부의 '경제 무능'을 질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색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수도권의 표 쏠림 현상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또한 총선 기간인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쳐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방문하고 지난 8일에는 격전지인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총선개입 논란을 빚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게 계파싸움 뿐이었다.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또 대통령이 국회 탓만하지 실제로 정책적 성과가 없다"며 "민생에 대한 여당 견제 심리가 컸고, 그게 지역색이 많지 않고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에서 야권이 결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16일 부산을 방문해 총선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청와대)
□ '북풍' 몰이까지 했지만 참패, 4대 개혁 차질…레임덕 가속화 = 또한 정부는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북핵위기를 강조, '북풍몰이' 논란도 빚었다. 북한 내 테러가능성을 언급하고 집단 탈북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총선 개입'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과반의석 실패로 무엇보다 임기가 22개월이나 남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식물정부'가 될 가능성도 높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 처리 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성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은 야당이 수정을 요구하고 있고, 노동관련 법의 경우 야당이 반대하는 것들이어서 20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당초 청와대는 총선 압승 후, 19대 막판에 국회를 열어 통과시키거나 20대 국회 초반에 처리를 할 계획이었지만 과반의석도 확보하지 못해 이 계획도 무산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총선 개입 논란으로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당·청 간 관계 역시 살얼음판이 될 수 있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총선 패배 책임으로 물러난 상태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입성한 새 지도부가 비박계일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청와대와 대립하는 모양새로 갈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