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마무리된 제 20대 총선에서는 세무사 3명, 공인회계사 6명 총 9명의 세무·회계 자격증 보유자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금뱃지'를 획득했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김진표(더불어민주당), 백재현(더민주), 배덕광(새누리당),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김관영(더민주), 박찬대(더민주), 유동수(더민주), 최운열(더민주), 엄용수(새누리), 채이배(국민의당)가 그 주인공이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세무회계 업계의 고질적인 업역다툼에 지난해에는 변호사까지 끼어들어 외부세무조정제도라는 세무사, 회계사들의 주요 먹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역다툼에서는 입법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공격', 그리고 국회에 진출해 있는 동종업계 동료야말로 가장 힘있는 '우군'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세무사, 회계사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1만2000여 세무사회원, 1만8000여 공인회계사회원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국회의원인 이들도, 이번에 새롭게 대중 앞에 금뱃지를 달고 선 이들도 있다.
향후 4년간 업역 방어의 우군이 될 9명의 세무회계 '입법전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부산지방세무사회장' 출신 배덕광 = 첫째로 눈길을 끄는 이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부산 해운대구을 지역구에 당선된 배덕광 의원이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배 의원은 마산상고를 졸업한 뒤 동아대 야간대학에 입학, 지난 1983년에 같은 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경주세무서에서 국세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1993년에서 1996년까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1997년에는 춘천세무서장, 1998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관리과장을 역임하며 32년 동안 국세공무원 생활을 했다.
국세공무원을 퇴임한 지난 1999년에는 부산에서 배덕광 세무회계사무소를 개업했고, 2001년부터는 세무법인 광원에서 대표세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3~2004년에는 제17대 부산지방세무사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4년 3월까지 10년간은 제 4,5,6대 해운대구청장을 내리 역임하다가 그해 7월 보궐선거를 통해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는 3만128표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을 1만여표 차이로 따돌리고 4만905표(49.7%)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됐다.
□ 세무사로 바닥부터 올라온 '3선' 백재현 =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을 때 세무사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온 바 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재현 의원.
전직 세무사회장들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적은 몇번 있었지만, 백 의원처럼 오랜 기간 지역에서 개업 세무사로 활동하며 기초의회의원부터 시작해 국회의원까지 올라간 경우는 전무했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했고, 이번 제20대에도 다시 당선되며 개업 세무사 출신 최초로 3선 의원 당선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951년 전북 해리에서 태어난 백 의원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후 경기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이후 제18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 지난 1982년 경기도 광명시에 세무사무소를 개업했다.
지역에서 세무사무소를 운영하며 꾸준히 지역 내 발을 넓혀간 그는 광명시 기초의원(1991~1995년), 경기도 광역의원(1995~1998년)을 거쳐 민선2, 3기 광명시장을 역임하며 지역 내 정치적 기반을 탄탄히 다져나갔고, 지난 2008년 광명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2만4665표를 얻은 새누리당 정은숙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2만9312표(39.4%)를 얻어 당선됐다.
□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 역임한 김진표도 '세무사' = 서울대 법대, 행정고시 합격을 거쳐 재경부 세제실장, 차관, 장관의 엘리트 코스만을 착착 밟아올라간 더민주 김진표 의원도 구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혜택을 입은 세무사 자격 보유 국회의원이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타이틀에 가려져 있지만 김 의원도 엄연히 대전지방국세청 소비세 과장을 시작으로 국세청, 기재부 세제실 경력만 20년 이상인 베테랑 조세맨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고향인 김 의원은 수원시 영통구를 지역구 기반으로 17, 18,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중진이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6만2408표를 얻어 2위인 새누리 정미경 후보에게 2만표에 가까운 차이로 압승을 거뒀다.
김관영 의원은 1988년 제23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만 18세의 나이로 최연소 합격했으며 1992년에는 제36회 행정고시 재경직렬에 합격했다. 1998년 만 28세에 육군 중위 전역과 동시에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타이틀로 거머쥐며 '고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청운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로 일하며 회계 실무경험을 쌓았고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일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조경력을 쌓았으며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전북 군산 지역기반으로 의정커리어를 구축해 왔다.
그는 민주통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쳐 현재 국민의당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의정커리어는 짧지만 화려하다. 제19대 국회의원에 오른 뒤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비서실장의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6만649표(47.1%)를 차지하며 더불어민주당 김윤태 위원(4만4730표, 34.8%)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당당히 국회 재입성 티켓을 끊었다.
□ 20년만의 야권후보 당선, 인천 연수갑 박찬대 = 박찬대 회계사 겸 인하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인천 연수갑에 더민주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가 출마한 인천 연수갑 선거구는 지난 1996년 생긴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야권 진영의 후보당선자를 배출했다.
박찬대 회계사 겸 인하대 교수는 1967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용현초, 대건중, 동인천고, 인하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차례로 합격하고 금융감독원에 들어가 금융당국의 일을 배웠다. 금융감독원 퇴직 후에는 한미회계법인 부대표로 활동하며 회계업계의 흐름을 익혔으며 부대표직 사임 후 인하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박찬대 교수는 현재 더민주 인천 연수갑 지역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인천 연수갑은 송도국제도시로 탈바꿈한 연수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더뎠고 그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 균형발전의 공약을 내걸었다.
결국 예측은 적중했고 그결과 인천 연수갑 20년만의 야권후보 당선자라는 커리어를 쌓게 됐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2만9833표(40.3%)를 얻은 새누리당 정승연 후보를 0.3%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3만47표(40.6%)를 얻어 당선됐다.
□ 30여년 간 쌓은 회계사 경력, 인천 계양갑 당선자 유동수 대표 = 유동수 (주)하우징텐 대표이사는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후 인천 계양구에서만 30여년 간의 회계사 경력을 쌓았다. 또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송영길 전 인천시장 후원회장직을 지내며 지역 내에서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다.
유동수 대표는 1961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전라고를 거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세동회계법인, 인덕회계법인 등 여러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며 경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
회계법인 퇴직후 인천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북인천세무서 과세적부심 심사위원, 북인천세무서 국세체납 정리위원, 계양구청 결산감사위원, 계양구 지방세심의위원, 민선 5기 인천시장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내며 지역전문가로 거듭났다.
유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인천시에서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떠오른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를 맡았다. 그리고 경제전문가로서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제2서운산업단지 구축을 위해 계양주민을 우선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3만1080표(43.5%)를 차지하며 2위에 그친 새누리당 오성규 의원(2만6218표, 36.7%)을 월등히 앞섰다.
□ 초박빙 접전, 경남 밀양 창녕 당선자 엄용수 = 엄용수 회계사는 지난 2014년까지 밀양시장을 지낸 '밀양 토박이'다. 그는 현역 의원인 조해진 무소속 후보를 상대로 초박빙의 접전을 보인 끝에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엄용수 회계사는 1965년 경남 밀양 상남에서 태어났다. 밀양 상남초, 밀양 동명중, 밀양고를 거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후 안건회계법인에서 회계 실무경험을 쌓은 그는 다시 밀양으로 내려가 밀양시장직에 도전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민선 4기와 민선 5기 밀양시장직을 역임하고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엄용수 회계사는 세무공무원과 공인회계사를 지낸 경제전문가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5만 976표(38.7%)를 얻은 무소속 조해진 후보를 2.9%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5만5854표(41.6%)를 얻어 국회에 입성했다.
□ 금융경제전문가 혁신, 비례대표 당선자 최운열·채이배 =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4순위로 당선된 최운열 서강대 석좌교수는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초대 코스닥위원장, 한국증권연구원장, 한국은행 금통위원, KB 사외이사를 역임한 금융전문가이다.
1950년 출생인 최운열 교수는 지난 1982년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서강대학교 부총장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직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 20대 국회 입성을 통해 더민주의 경제공약을 구체화하고 관련 정책을 다듬어나갈 중책을 맡게 됐다.
마찬가지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젊은피' 채이배 회계사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6순위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채이배 회계사는 이번 총선 전체 당선자들 사이에서 꽤 젊은 축에 속한다. 그는 1975년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경제개혁연구소의 연구위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으로도 있었다.
그만큼 새롭고 창의적인 정략이 기대되는 바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채이배 회계사는 재벌개혁특별위원회의 야당 간사를 맡았던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대기업에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라며 그의 능력에 힘을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