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잘못된 세법도 세금 더 걷힌다고…"못고친다"

“빚보증 떼인 것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내라고?”

“외국인은 수긍 못하는 세법...국제경쟁력 떨어진다”

지난해 4월 조세일보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한 방청객이 토론회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향해 PF보증채무 관련 세법을 고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증선 빚을 대신 갚아 준 것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내라는 법이 어딨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까지 개선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청객이 얘기한 PF보증채무 규정을 보면 건설사들의 사정이 참으로 딱하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사업자금대출에 보증을 서게 마련이다. 그런데 시행사가 망하면 건설사는 어쩔수 없이 대출금을 대신 갚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데 관련세법은 이를 손비로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이 망해 공사비도 다 못받고 보증 때문에 빚까지 대신 갚았는데 거기다 세금까지 내라고 하니 건설사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어 경영자체가 흔들리기까지 한다고 아우성이다.

세무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1980년대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업들이 출자는 물론 대출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니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 보증을 서서 떼인 돈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 제도가 강화돼 지금은 문어발식 확장과 관계없는 보증에도 적용돼 보증섰다 떼이면 무조건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정착돼버렸다는 것이다. 기업의 거래관행은 알바 없이 '일단 걷고 보는식'의 조세정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형건설사 세무담당 임원은 “외국기업과 사업을 진행할 때 대위변제금액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설명하면 외국인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사업협상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우리 건설사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방청객은 “세무당국은 언제나 '쉬운 세법'을 얘기하지만 PF대위변제에 대한 손금불산입은 세법의 논리적 일관성을 잃어 버린 특수조항으로 세법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행정편의주의에 빠진 세법의 폐단을 꼬집었다. 

■ 80년대 호황때 만들어진 법규 30년 동안 그대로

건설업계는 오랜 주택시장침체와 해외건설에서의 손실로 해가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

지난해 주택경기호황으로 경영여건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전 7~8년간 까먹은 것을 만회하기에는 아직 턱도 없다는게 건설사들 얘기다. 거기다 최근 5~6년 해외건설에서 까먹은 돈 때문에 해마다 수조원의 손실을 발표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증시에서는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지 오래다. 그 정도로 자금사정과 신용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관련 세제는 거의 대부분이 80년대 부동산투기와 중동 광풍이 불어 건설붐이 일때 만들어진 규정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경기부양 차원에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택매매와 분양 관련된 세제를 대폭 손질을 했다. 하지만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들에 대한 규제는 30년전 그대로 남아 있다.

건설업에 대한 불합리한 세제는 PF보증 대위변제관련 세법외에도 정비사업조합 채권에 대한 손금불산입, 비업무용 부동산관련 비용 손금 불인정, 기부채납 목적 취득재산 종부세 포함 등의 규제가 모두 부동산 과열시대에 만들어진 법령이다.

거기다 최근 만들어진 기업환류세제에서도 건설사에게는 공제범위가 축소돼있고 국외근로자 비과세 범위도 차별화돼 현지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건설사들은 하소연한다.

건설관련 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자료 : 건설산업연구원

■ 세법의 불합리성 인정하면서도 세수부족 이유로 개정 미뤄

건설업계 관계자는 “세무문제가 생겼을 때 일선 담당자와 얘기해 보면 법규의 불합리성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개정요구에 대해서는 세수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한다”고 얘기한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과거 채무보증이 지나친 차입을 불러와 IMF를 유발했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했다"고 과거 상황을 얘기하며 "20년 가까이 채무보증 대위변제를 손금부인해왔는데 이제 이런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하니 아이러니하다"며 관련법 개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해외비용 등 지적된 사항을 운영과정에서 검토하겠지만 시행 첫해부터 법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세제개선요구에 대해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건설업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건설세제 개선방안과 대안들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앞으로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 8월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12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는 한개의 항목도 바뀌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는 30여년전 세계에 유래없이 만들어진 제도가 합리적으로 다듬어질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