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의결 된 중진 세무사 6명의 이의신청이 지난 19일 열린 세무사회 이사회에서 기각됐다.
이로써 애초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1명을 포함해 총 7명이 '회원권리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징계대상자들은 피선거권 제한 등이 따르는 이번 징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향후 대책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화합' 외치던 세무사회, 결국 중징계 결정 = 이번에 징계가 확정된 이들은 지난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백운찬 현 회장의 대항마로 출마한 조용근 세무사(전 세무사회장)를 비롯해 러닝메이트 부회장으로 출마한 신광순 세무사(전 중부지방세무사회장), 안수남 세무사(전 한국세무법인협회장)와 김상철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정범식 중부지방세무사회장, 구재이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전진관 세무사(전 중부지방세무사회 부회장) 총 7명이다.
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선거 당시 조용근 후보가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후보자격을 박탈했고,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건의했다.
그리고 조용근 후보와 함께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로 나선 신광순, 안수남 세무사, 조용근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전진관 세무사를 비롯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김상철 서울회장, 정범식 중부회장, 구재이 세고회장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청했다.
윤리위원회의 심의결과 이들 모두에게 '회원권리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가 의결됐다.
안수남 세무사는 징계조치가 애초에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이의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나머지 6명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조용근 세무사는 세무사회를 상대로 후보자격박탈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후보박탈무효 부분은 각하, 공탁금은 선거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돌려받기로 했다.
세무사회는 이에 대해 별도의 항소조치를 하지 않기로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고, 이 때문에 6명이 세무사회에 제기한 이의신청도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세무사회 이사회가 이의신청을 기각해 결국 7명에 대한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범식 중부회장은 중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6명은 법적조치 등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계속해서 '화합'을 강조해오던 터라 이번 결과는 더욱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 징계, 정당했나 = 한편 이번 징계는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절차적으로도, 징계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이번 징계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선관위가 회부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조직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세무사회 '임원등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선관위원의 임기는 선관위 최초 소집일부터 정기총회 종료일까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6월30일까지가 제29대 세무사회장 선거 선관위의 임기인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정기총회가 끝난 뒤인 7월 7명에 대한 징계건을 윤리위에 회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이면 선관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조직이 회부한 징계건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또한 선관위는 조용근 세무사 측에 대해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징계를 회부했는데, 이 또한 특정 후보만 걸고 넘어지는 편파적인 징계 회부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후보들의 금품수수 의혹의 진상규명을 언급한 지방세무사회장 및 세무사고시회장에 대한 징계도 타당성이 의심되고 있다. 세무사회와 특정 후보와의 커넥션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는 성명이기 때문에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선거의 선관위원들 중 상당수가 현 윤리위원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원등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선관위는 윤리위원장을 비롯한 윤리위원 전원 및 각 후보자가 추천한 1~2인으로 구성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난 선관위는 제28대 윤리위가 이름만 바꾼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전임 윤리위원 25명 중 15명이 현 제29대 윤리위원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이름만 바꿔달고 현 윤리위가 되어 자신들이 회부한 안건을 스스로 심의, 의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심의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 세무사 업계 관계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선관위가 징계를 회부하고, 선관위와 상당 부분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윤리위가 그것을 심의하는 '막장'같은 이야기"라며 "세법을 다루는, 나름대로 법을 다룬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럴 수 있는지 정말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 2017년 세무사회장 선거, 누군가는 웃고 있다 = 이번 징계건에서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징계대상자들의 피선거권 제한이다.
임원등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회원권리정지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회원은 징계기간이 경과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세무사회 임원 등에 입후보 할 수 없다.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조용근 세무사, 신광순 세무사, 안수남 세무사를 비롯해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는 김상철 서울회장 및 올해 11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구재이 세무사고시회장 등은 현 상태대로라면 오는 2017년 제30대 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들을 경쟁자로 여기는 잠재후보들로써는 애써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번 징계대상자들이 차기뿐만 아니라 차차기 세무사회장선거에 출마할 길도 원천차단됨에 따라 세무사회를 둘러싼 견제기능의 무력화가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 세무사회원은 "이번 징계로 인해 피선거권이 박탈된 이들은 모두 세무사회장감으로 손색이 없던 이들"이라며 "다음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회원들은 이번 징계로 이득을 보는 부분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