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총선 결과는 많은 이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었다.
정치권의 지각이 요동치면서 여소야대가 되었고 제2 야당이 약진하여 캐스팅 보트를 쥐는 형국이 되었다. 총선 대비로 제1 야당의 얼굴이 바뀌더니 지난 대선 때 여당이 핵심공약의 하나로 내세운 경제민주화가 다시금 야당을 통하여 정치권의 이슈로 재등장하였다.
시사상식사전은 '경제민주화'에 대하여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실정법에 근거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경제질서의 기본, 규제와 조정)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자유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국가가 이에 대하여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내용은 종전의 헌법규정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그러나 헌법에서 경제의 민주화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념, 개념논쟁으로 변질된 면이 있다. 헌법에서 이 용어를 쓰지 않아도 그 의미는 분명하다. 경제사적으로 보면 시장에서의 자유주의 원칙을 유지하되 그 동안의 폐해에 대한 역사적 경험에서 국가가 일정 부분 개입하여 경제에서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민주라는 개념은 정치체계에 있어서의 정치적 의사결정 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원리와 같이 하기가 어려운 개념이다. 따라서 헌법상의 경제 민주화는 그리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정치나 법이 경제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였다고 하여서 의도하는 경제효과가 바로 따라 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되어 있어야만 한다. 국회가 중소기업의 보호, 근로자 정년이나 임금인상, 직장여성의 육아 보장 등에 대하여 아무리 이상적인 법을 만든다 하여도 경제주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면 시장과 경제가 붕괴되어 그 목적달성은 불가능하게 된다.
국회의 표를 의식한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이를 지킨다고 그에 관한 경제입법을 추진한다. 입법만으로는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19대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괴물에 덜미를 잡혀 여야가 입장이 다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국회 무용론, 해악론이 나왔던 것도 나무랄 수 없게 되었다. 경제민주화의 구호도 좋지만 자유경제질서의 본질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한계가 준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의 민주화를 둘러싼 논쟁만 분분할 뿐 정작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조정하고 필요한 입법을 제대로 제 때에 하여야 할 국회가 그 책무를 저버려왔다. 이제 19대 국회는 막을 내릴 판이다. 이른바 경제의 민주화가 중요하다면 정치의 경제화는 오늘에 더 시급한 과제이다.
정치의 경제화는 정치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확보하여 본래의 정치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43%로 역대 최저, 법률통과에 평균 500일이 넘었다고 한다.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개원협상부터 시작하여 끊이지 않은 소모적인 논쟁, 연계입법 주장, 게대가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까지 가세하여 정치는 제 책무를 가장 못하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주장은 근래에 나오기 시작한 화두이다.
정치가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서는 이제 정치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치의 경제화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