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단행된 관세청 차장 인선은 일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세청 2인자이자 '실세' 자리인 차장에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승진 임명되면서, 관세청장에는 기재부 출신 인사가 아닌 의외의 인물이 올 것이라는 그동안의 소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사는 항상 뚜껑을 열어봐야 안 다지만, 현재의 전개만 놓고 볼 때 뚜껑은 열어보나 마나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수 년에 걸쳐 관세청장 인선에는 일종의 '법칙'이 존재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영전코스.
실제로 1960년 관세청 개청 이래 25명의 청장 중 성윤갑 전 청장만이 내부승진 케이스로 관세청장에 임명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기재부 출신 관료들(외부기관 포함)의 차지였다.
최근 5~6년 사이 관세청장을 지낸 허용석, 주영섭, 백운찬 전 청장 모두 세제실장에서 관세청장으로 영전한 케이스들이다.
◆…'해결사?' =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영전코스였던 관세청장 직위에 대한 인사 기류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임 관세청장 후보군으로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산자원비서관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흔들리고 있는 관세청의 조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올해 연초를 전후해 새 관세청장은 '당연히' 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인 문창용 실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그 누구도 의문부호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기류가 달라졌다.
'살아있는 권력'이 관세청 수장으로?
세제실장은 예산실장과 더불어 기재부 1급 중 최고의 요직으로 꼽히며 승진(차관급) '0순위'로 통용된다. 하지만 최근 1~2달 사이 문창용 현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이 아닌 외부 파견기관으로 자리를 이동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기재부 안팎에서 나돌았었다.
현직 세제실장이 영전이 아닌 수평이동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지난 2003년 최경수 전 세제실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 2008년 이희수 전 세제실장(현 EY한영 부회장) 각가 하향(중부지방국세청장), 수평(IMF 상임이사) 이동한 케이스가 있지만 당시의 말못할 사정 때문이었지 다른 이유가 없었다.
이 소문의 배경에는 청와대 유력인사의 관세청장 내정설이 깔려있었지만 현실 가능성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는 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일 관세청 차장에 기재부 출신(김종렬 차장)이 인선되면서 세제실장 및 관세청장 인선을 둘러싼 설이 급속도로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부각시킨 인물이기는 하지만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사진)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스타일상 언론에 이름을 올리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만약 정 비서관이 관세청장에 인선된다면 그야말로 파격 인사라는 분석이다. 산업자원부 출신 정통관료이기는 하지만 2014년 8월부터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온 '살아있는 권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과거 성윤갑 전 청장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고교 동문)으로 관세청장에 올라 살아있는 권력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성 전 청장의 경우 정통 관세관료였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에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전 부총리 재임기간 동안 힘을 잔뜩 키운 '모피아(기재부 출신 공직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산자부 출신을 조달청장(정양호)에 인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풀이다.
관세분야를 '세제' 보다는 FTA 등과 결부, '산업' 측면에서 접근법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들이 그동안 꽤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실제로 과거 기재부 관세정책기능을 산자부로 이관하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었다) 산자부 출신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현실성을 떠나 현직 청와대 비서관을 관세청장에 내려보낸다는 시나리오 자체는 무언가 다른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적으로 관세청 내부에서 성장한 인사들이 외부인 출신 청장을 제쳐두고 관세청을 좌지우지한다는 첩보들이 청와대에 포착됐다는 설이 나온다.
이 와중에 일부 관세청 내부 출신 고위직들의 일탈행위가 적발되면서 청와대가 첩보로만 인지한 관세청 내부의 조직문화 및 인식을 확 뜯어고치겠다는 명분으로 그동안 내심 검토해 오던 카드를 마음 놓고 꺼내든 것 아니겠냐는 해석.
즉 '힘 있는 인물'을 내려보내 관세청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뜻 아니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권말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동안 청와대에서 고생한 관료출신들을 챙기기 위한 보은인사의 한 지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관세청장의 경우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라 상대적으로 인선에 따른 부담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