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아침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제로 한 9개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 석상에서 '성과중심형의 족집게 식 인사말'을 건네 금융가에서 화제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시중의 평가인 '무사 안일한 신의 직장'이란 말을 거론하며 성과연봉제를 잘 한 기관장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고 부진한 곳은 '채찍'을 가했다.
임 위원장은 먼저 지난달 29일 금융공공기관 중 처음 성과연봉제 노사합의를 끝낸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곽범국 사장을 비롯한 임원, 노조, 직원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곽 사장에게 “노조 등 직원들과 함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집행방안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예보는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 첫 기관이라는 타이틀로 '성과중심 문화 이행 수준에 따라 총 인건비 0.25~1% 인상률 지급 인센티브를 받는다. 특히 4월에 도입함으로써 기본월봉 20%를 추가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유일한 금융공공기관에 올랐다. 곽범국 사장은 경영평가 가점 (4월 이행으로 최대 2점)을 받게 됐다.
임 위원장은 예보와 달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장에 대해선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경고성 질책을 내놨다.
그는 특히 “두 기관은 그동안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고 자본 확충이 절실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 도입 같은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본 확충이 아무리 시급하다해도 국민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기업은행장에 대해 “민간 은행과 업무가 가장 유사한 만큼 민간금융회사가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돼야 하므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 부담으로 운영되는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대표적인 고임금 구조인 만큼 성과중심 문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가령 321개 공공기관 중 예탁결제원 (1억400만원)의 직원 연봉순위가 1위다.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낮은 자산관리공사 (7900만원, 65위)도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박사급 인력이 많아 평균연봉이 높은 연구원과 평가원을 제외할 때 직원연봉 순위는 산업은행(3위), 수출입은행(4위), 기업은행(5위), 예금보험공사(11위), 신용보증기금(12위), 주택금융공사(15위), 기술보증기금(16위), 캠코(27위)로 나타난다.
임종룡 위원장은 성과연봉제 도입 지연 기관에 대해선 정도에 따라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전했다. 그는 '인건비성 예산 협의·승인 시' '경비예산·자본예산 등 경비성 예산 협의·승인 시' '정원·조직·업무·기능 등 기관업무 협의·승인 시'에 각각 경영 효율성과 방만 경영 가능성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나방이 누에고치에서 나오려 안간 힘을 쓸 때 구멍을 넓혀주면 쉽게 벗어날 뿐 아니라 상처도 없어 아름답긴 하지만 날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단단한 자기의 고치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기 위해 온힘을 쏟아 부으며 몸부림치는 과정을 거쳐야 날개가 펴지고 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하면서 노조와의 협의 등 그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지금의 어려움과 장애물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공공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기회로 인식해달라”고 기관장들에게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