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군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 전환 추진
경기 6개 지자체장 "정부 재정 떠넘겨 지방재정 악화…즉각 철회"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등 경기도 6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11일 정부의 지방재정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해 "개악(改惡)안"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 지자체장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6개 시 예산이 시별로 최대 2700억, 총 8000억 이상이 줄어들어 재정 파탄 상태가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22일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포퓰리즘적 법안이나 사업은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며 시·군(기초자치단체)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해 상위 지자체인 도(道)로 이전할 뜻을 밝혔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가능한 시·군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지방소득세의 일부를 도세로 전환한 뒤 시·군에 균등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군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은 현행 보다 인구수의 가중치를 낮추고 재정력 지수의 가중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구수가 많고 재정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남시나 수원시 등은 재원이 크게 줄고 인구수가 적고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자체들은 약간의 재원이 늘어난다.
6개 경기 지자체장들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지방자치 훼손이자 지방재정에 대한 폭거"라며 "지방자치 제도 말살책"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지방재정 개정에 나선 데 대해 "기초연금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재정을 지자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책임 회피이자 지자체 간 이간질, 전국 자치단체 재정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들은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치재정 확충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소비세율의 단계적 확대(현행 11%에서 16%) ▲지방교부세율의 상향조정 ▲지방세 비과세와 감면 축소 등을 약속한 것을 강조하며 이를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 6개 지자체는 정부와 지자체, 국회 간 해법 모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도 중앙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 등 근본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지방재정제도 개정 방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국 모든 자치 분권단체와 강력히 대응해나갈 뜻을 밝히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총선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6개 자치단체는 8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재정손실을 갖게 된다"며 "전국 지자체를 하향평준화해서 재정 노예로 만드는 개악안이다. 행자부는 지방자치 근간과 독립을 훼손하고 지방재정에 폭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상의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성 고양시장은 "지방자치를 말살시킬 수 있는 위험함 정책"이라며 "수원과 고양, 성남시 등 수도권 대도시들은 인구 1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재정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 특례법에 따른 지원을 해야 한다. 개정 추진은 복지, 교육 등 심각한 세수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6개 도시가 '부자도시'니 가난한 시군과 재정을 나눠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6개 지자체는 겨우 필수비용을 넘어서는 세입으로 정부 보조가 없는 것이지 부자가 실제 아니다"며 "지방재정이 악화되어서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정책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기초 연금 등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을 지자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해결해야하고 그렇게 하도록 계획되어 있음에도 그것을 어기고 있다.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시행령이 즉시 시행되면 6곳 자치단체 중 2곳은 필수비용이 모자라 정부 보조가 필요한 지자체로 전락하게 된다"며 "다른 지자체도 큰 도움이 안 되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나마 숨 쉬는 6개 단체도 미자립 단체로 전락하는데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