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14개·안진 12개·삼정 6개·한영 4개 지정감사 배정
삼정이 놓친 '감사대어' 대우證·기아車 등, 안진이 낚아
뜨거운 물밑 경쟁으로 진행된 '지정감사' 수주전쟁에서 빅4 회계법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일, 안진회계법인이 풍성한 수확을 거둬 미소지었고 삼정과 한영회계법인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삼정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형 감사고객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들에 대해 외부감사인을 지정한 뒤 지난달 말 해당 회계법인들에게 통보했다.
지정감사제도는 현행 외감법에 따라 ▲상장예정기업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초과 ▲동종업계 평균 부채비율 1.5배 초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의 요건을 지닌 기업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외부감사인을 강제지정해주는 제도다.
재무구조에 위험성이 다소 높은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감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감사인 선정은 금융당국의 주도로 이루어지며 회계법인의 규모와 감사 품질관리 수준, 감리지적 감점사항 등을 종합 고려해 이루어진다.
올해 지정감사 대상 기업은 총 36개사.
이중 삼일회계법인이 (주)두산과 효성 등 14개사, 안진회계법인이 두산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12개사를 배정받아 '파이'를 키울 기회를 잡았다.
이에 반해 삼정회계법인이 6개사, 한영회계법인은 4개사를 배정받는데 그쳤다.
지정감사를 많이 확보할 수록 매출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을 경우 자유선임 대비 수임료가 상당폭 높게 형성된다"며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지정감사를 받는 것이 당연한 목표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다 엄정한 감사를 위해 투입인력, 시간 등이 늘어남에 따라 감사보수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금융당국은 기업들에 감사인 지정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능력에 맞는 회계법인을 선정해 감사지정 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스캔들로 인해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안진회계법인은 지정감사에서 괄목할 성적표를 얻어내는데 성공해 건재를 과시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안진이 감사 지정받은 12개 기업 중 상당수는 작년말 총자산기준 1조원 이상의 대형고객"이라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스캔들로 시장에서 퍼진 우려를 씻어내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진회계법인은 최근 시장에 풀린 초대형 감사매물인 대우증권과 기아자동차 감사계약을 따내는데도 성공하는 등 개가를 올렸다.
대우증권과 기아자동차 감사인은 이전까지 삼정회계법인이었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3월 삼정회계법인에 독립성 위반을 명분으로 제재조치를 내리면서 삼정회계법인과 이들 회사의 감사계약이 강제로 해지됐다.
이에 시장에 풀린 매물을 안진회계법인 낚아올린 것이다.
한편 증선위는 지난 3월 임시회의를 열어 삼정·한영회계법인 등 12개 회계법인에 대해 파트너 및 소속 공인회계사가 주식을 소유한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외감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