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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지난 19일 대법원에서 열린 가운데 '치과의사는 치아와 구강 진료를 하므로 보톡스 부작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해 환자 생명ㆍ건강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료계와 '이미 이갈이, 사각턱 및 안면신경 부조화 등에서 치과의사는 보톡스 시술 경험이 충분하고 보편화돼 있다'고 주장하는 치과계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안면영역이 치과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영역인지 ▲(안면 영역에 있어서) 보톡스 시술이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인지 ▲의료행위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피고인 치과의사는 2011년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병원에서 환자 2명에게 눈가와 미간의 주름치료를 위한 보톡스를 시술했으나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에 1, 2심에서는 보톡스 시술이 치외과적 시술에 해당하지 않고, 눈가와 미간 주름이 질병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측 "이미 많은 안면 환자들이 치료받아, 위해 우려는 편견"
모두 변론에 나선 피고인 측 홍석범(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안면영역은 치과의료행위 진료영역에 포함된다. 현행 의료법상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사의 진료과목이면서 국시 시험과목에도 있다. 게다가 치대에서 안면영역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심평원에 따르면 많은 안면 환자들이 치과의사에게 치료받고 있다. 외과 영역 중 하나였던 치의학이 외과 영역에서 분리됐고, 세계 대전 당시 치과의사들이 안면 외상 환자 치료를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 변호사는 "치과의사가 모든 안면부에 대해 치료할 수 있진 않다. 다만 안면영역이 치과에 포함돼 있는 것을 본다면, 재건이나 미용성형을 위한 행위가 치과의사에게 허용돼야 한다"며 "치대에서는 보톡스 시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고, 치료목적으로 보톡스를 안전하게 사용해 왔다. 게다가 현행 의료법상 안면부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의 수련과정이므로 치과의사가 안면부 보톡스 시술 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 이부규(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미국치과의사협회에서 '치과의료는 구강, 악안면(턱ㆍ얼굴) 및 그와 인접하거나 연결된 조직의 질병 또는 이로 인한 전신적 영향에 대해 치과의사가 예방 및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정의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악안면 영역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의과에서 치과가 분리됐다. 의과보다 4년 먼저 치과에서 턱얼굴성형외과학회가 시작됐고, 치과의사의 안면영역치료에 오래 전부터 보험급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의료용 보톡스는 적절한 방법으로만 사용된다면 매우 안전한 약품이다. 해외에서는 간호사, 치과위생사도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분쟁중재원, 소비자보호원, 현대해상 접수 통계를 접수한 결과, 보톡스 및 필러, 레이저 치과 치료 관련한 의료분쟁은 2년에 1건 정도로 거의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미용목적의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수련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는 반면, 의대에서 안면미용 보톡스 교육은 거의 없다. 따라서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이 일반 의사보다 보건위생상의 위해성이 더 높다는 편견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라식수술, 중이염수술, 건선 등이 치과의료 범위가 아닌 안면부 치료"라며 "치과의사에게 안면 보톡스시술을 금지할 경우 기존 치료목적의 진료가 위축되고, 안면 외상 처치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다. 이미 안면부 진료를 받았거나 진료 중인 환자의 불안감을 고조시킬 것이다.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명확치 않다면 국민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검사 측 "치과의사 면허 범위 벗어난 의료행위, 허용 불가"
반면, 검사 측과 참고인 측은 의사는 인체 전반에 대해, 치과의사는 치아와 구강에 대해서만 배우고 있어 안면 전반에 대한 진료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모든 변론에 나선 검사 측 김해수(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검사는 "의료인이더라도 자신의 의료범위를 넘어선 행위는 처벌하도록 돼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치과의사가 미용목적으로 턱에 보톡스 시술하는 행위에 대해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입법해석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눈가와 미간 등 구강범위를 벗어난 안면부위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면허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사 측 주장이다.
또한 검사 측 참고인 강훈(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치과의사는 치아와 구강에 대한 진료를 하는 사람이다. 또한 치과학의 범위를 치아와 구강조직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미국 유명 대학에서는 구강악안면외과의 경우 의사와 치과의사 면허 모두 필요하다. 또한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의학의 한 분야인 악안면외과와 치의학의 한 분야인 구강외과가 융합된 전문과목이 새로 만들어진 반면, 국내 구강악안면외과는 순수한 치과 영역인 구강외과가 단순히 이름만 구강악안면외과로 바뀐 것으로 의학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강 교수는 "안면부 시술은 치과의사가 할 수 없다. 교육을 받고 위험성이 낮다고 해서 면허 범위 외 진료를 허용할 수 없다"며 "전신질환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모 대학교 교과과정을 보면 다르다. 부작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해 환자 생명과 건강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권순일 대법관이 해당 사건이 전문적인 내용인 만큼 사법기관이 아닌 보건복지부와 의협, 치협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허수진(고양지청) 검사는 "각 기관이 모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면 좋겠지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서 면허제도와 각 직역의 영역에 대해서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심리된 내용과 기타 자료를 참조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