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성장과 분배는 두 마리 토끼 관계가 아니며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다"며 '성장과 분배' 모두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며 '분배냐 성장이냐'는 논란을 일축했다.
또 "이달 중 중소기업 정책을 세워 중소기업 정책자체를 혁신하고, 꼭 달라지게 해서 중소기업들이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게 하겠다"며 "기업총수도 만나 사업에 큰 성공을 이룬 분들의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연두기자회견에서 성장·분배 논란, 경제활성화 등 경제분야와 관련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에 따른 비서진 교체 배경과 향후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금년 내로 부패방지위원회 등에 인사검증을 맡기는 방안과 국무위원급도 국회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도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제 입장은 분명하다.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으며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 제안할 용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제가 보기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 "분배·성장 두 마리 토끼 아니다"
노 대통령은 '성장·분배' 논란과 관련 "성장과 분배는 두 마리 토끼 관계가 아니다"라며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으며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저한테 성장이 중요하냐 분배가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면서 "경제를 잘 하는 나라에서 성장을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고 분배를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경제 잘 하는 나라는 성장과 분배 모두 다 잘 한다"고 말했다.
또 "남미 등 일부 포퓰리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국가가 성장과 분배 문제 때문에 경제가 침체돼 있는 것도 아니고 포퓰리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경제이론 갖고 한국에서는 그것이 마치 통설인 양 왜곡돼 있는데 경제이론을 정파적 이해에 따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와 비경제 분야 정책중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경제와 비경제 분야의 정책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배타적 성격의 관계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국가보안법을 경제법안에 걸어버렸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국보법 처리하려다가는 경제법안도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국정원에서 과거사 조사한다고 경제가 나빠지나. 국방부에서 과거 의혹사건에 대해 진상 밝힌다고 해서 경제가 안 된다는 법이 있는가. 관계가 없는 것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묶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경제를 내세워서 일부 개혁법안 발목 잡기 위해 경제법안까지 연말에 발목이 묶여서 예산까지 통과가 안될 뻔했다"며 "적어도 12월 중순까지 예산이 결정돼야 지방예산 배분하고 각 정부의 예산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보름 이상 묶여 정부가 새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총수 만나고 싶지만 '투자독려'는 안될 것"
노 대통령은 기업총수와의 만남에 대해 "기업총수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 만나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며 "사업에서 큰 성공을 이룬 분들의 경륜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재벌 총수뿐 아니라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려 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중에서 얘기하듯이 기업총수를 만나 투자를 독려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규제나 권력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고 공개되고 투명한 정책만 있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대통령을 만나 사기가 살고 투자가 늘어난다는 사고는 이미 이 시대에 맞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해서 살아나는 투자의지는 진정한 투자의지가 아니다"라며 "합리적인 투자의 계산, 그리고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 경제단체에서 얘기하는대로 조용히 만나서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것은 과거 제왕시대에 하던 것이지 민주주의 지도자 시대에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제가 아무 것도 줄 게 없다. 개별적으로 줄 게 없는게 가장 큰 고민이고 그래서 특별한 격려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 "이달 중에 중소기업 정책을 세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정책자체를 혁신하고, 꼭 달라지게 해서 서민대책은 피부로, 중소기업 정책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남북정상회담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응하겠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제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으며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 제안할 용의도 있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지금 보기에 (남북정상회담 개최)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가능성이 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흥정도 마찬가지이듯 가능성이 낮은 일에 자꾸 목을 달아매면 협상력이 떨어지고, 물건도 자꾸 사자고 매달리면 값이 비싸진다"면서 "그래서 가능할 때 그야말로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 안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6자회담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여기에 대해 부정적, 비관적 전망은 전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부방위에 청와대 인사검증 권한부여 검토"
노 대통령은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에 따른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선과 관련 "앞으로는 청와대 외부 기관에 검증을 맡기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공직자윤리위원회, 부배방지위원회 등에 이런 검증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부방위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방위에서 검증하는 일은 사실조사만 할 것인지 부적격 판단에 대한 의견까지 낼 것인지 등도 세밀히 만들어서 대통령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 청문대상 폭을 넓혀 국무위원급은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은 방안들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서 금년 중으로 제도화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에 대한 비서실장 책임론과 관련 "(민정, 인사수석에 대한) 이번 문책은 국민들에 대한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한테 있다"며 "너그럽게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 문제는 노선과 관계없이 처리하고 있다. 한번도 노선 문제를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언론에서 평가를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해서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저를 개혁 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덜 처진 사람이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에 사표가 수리된 민정, 인사수석과 관련 "민정이 지금 인사관련 검증절차를 맡고 있지만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검증의 범위가 모호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민정에서 검증해서 문제된 사실만 적어서 올리면 저는 검증이 끝난 것으로 봤고 거기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판단까지 하는 것이 검증이냐 사실까지만 책임지는게 검증이냐의 문제인데 후자라면 민정수석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두둔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잘못한 것인데 국민들이 누군가에게 책임 물으라는 분위기라 부득이하게 (민정, 인사수석에게) 책임을 물었다"며 "책임이 무거워서 책임을 지우고 책임이 없어서 안 지운게 아니라 국민들께 사죄하는 뜻으로 한 조치였다"며 민정, 인사수석 사표수리 배경을 밝혔다.
◆ "국보법·과거사법 처리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의 처리 방향에 대해 "큰 원칙을 선언했고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생각이 생각일 때는 생각으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은 정책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이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과 의결을 통해서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언제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등 시기를 못박아서 당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담을 주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과거사법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 "금융·회계 등 지식서비스산업 육성 과감히 추진"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 모두 연설을 통해 "금융, 회계, 법률, 디자인, 컨설팅, 연구개발과 같은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선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식서비스산업은 그 자체로서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일류기업을 키우는 핵심인프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선진경제, 선진한국'을 강조하며 "2008년경에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리고 2010년에는 여러 지표에서 선진경제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 선진한국호의 열쇠를 넘겨주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선진경제로 가려면 개방과 혁신 또한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서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방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다자무역체제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임기동안 서비스산업 육성과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선진경제의 토대를 확실히 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선진한국은 경제만이 아니라 제도와 의식, 사회 전반의 문화가 선진화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특히 부패청산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마지막 고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2005년 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모두연설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