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장·등록기업들은 동일 회계법인으로부터 6년 이상 외부감사를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이 독점하다시피 한 우량기업들의 외부감사에 회계법인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회 등에 따르면 삼일의 시장점유율(2002년 4월 1일∼2003년 3월 31일)은 32.77%에 달하며 삼성, LG 등 10대그룹 계열사 총 252개사 가운데 무려 42%에 달하는 106개사에 대한 외부감사를 맡아 여타 대형회계법인들을 크게 따돌리고 독주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일이 4년이상 연속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기업(2003사업연도 기준)은 삼성전자, LG, 국민은행 등 무려 149개사에 달하고 있어 오는 2006년에는 이들 기업의 상당수가 회계업계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나머지 대형회계법인들은 내년에 도입될 '회계법인 6년 주기 교체의무화' 방안을 삼일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우량기업의 외부감사 수주에 대비한 체질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나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합병한데 이어 영화회계법인과 안건회계법인간 합병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인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대형회계법인들의 공격채비가 바빠지면서 삼일이 어떤 '수비' 카드를 들고나올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큰 가운데 회계업계에는 이미 삼일이 새로운 회계법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삼일이 새로운 회계법인을 신설해 6년 주기 교체의무화는 물론이고 외감기업에 대한 컨설팅업무 제한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삼일 서태식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삼일이 분사를 검토했을 때 오히려 금융감독원이 손사래를 쳤다"며 실제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음을 확인시켜 줬다.
이와 관련 삼일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분사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설령 분야별 전문화를 꾀하기 위해 세무, 컨설팅 전문 회계법인을 신설하더라고 삼일과 신설 회계법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인적회사인 회계법인의 특성상 일반기업체처럼 계열사를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된 법인을 신설한다면 분사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간단치가 않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를 들며 세간의 소문을 '낭설'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이제는 회계감사와 컨설팅, 세무 등 이것저것 다하는 일반적인 회계사보다는 한 분야에 고도로 전문화된 회계사로 가야 한다"며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을 앞두고 컨설팅에 따른 회계감사 독립성 문제를 감안할 때 정부도 이런 방향에 찬성할 것"이라고 설명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한편 재경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분사에 대해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와 컨설팅 직무제한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론 같은 식구이면서도 명목상 분리해 독립된 법인을 만들어 서로 업무를 크로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회계법인을 분리하는 것은 정부의 회계선진화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며 "기업이 회계법인에 컨설팅업무를 빌미로 외부감사를 봐달라는 식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컨설팅 직무제한을 도입한 것이므로 회계법인 분사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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