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한은 발권력 동원한 정부 구조조정 대책에 "국회 무시"
야당은 정부가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하는 내용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 8일 "국회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는 대책 발표 과정에서 집권여당이 새누리당과도 이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업과 해운업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11조원 한도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다음달 1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또한 수출입은행에는 9월말까지 1조원 수준 현물출자를 하기로 해 총 12조원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추정한 결과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에 5조∼8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직접출자와 한국은행의 간접출자 방식을 조합해 구조조정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방안은 국민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며 간접출자로 인해 국회의 감시기능이 영향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정부 발표에 대해 "기업부실의 원인도,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책임소재도 불투명하고 심지어 구조조정의 목적마저도 제시되지 않은 채 국민에게 손만 벌리는 '깜깜이 구조조정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해양조선 부실에 대한 책임 문제를 검찰 수사로만 미뤄놓고 손을 놓고 있으며, 정부 스스로의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조성하고자 하는 자본확충펀드는 한은법상 최장 1년간의 단기대출만 제공하도록 한 규정(한은법 제64조)에 대한 위반의 소지가 크다"며 "국책은행의 부실한 여신관리와 금융감독기관의 책임 규명도 없이,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사의 정확한 부실규모를 공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대출 강행은 국민의 눈인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실정책과 부실관리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조장하는 무책임한 대책에 불과하다"며 "조선해운업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공분야의 선박수주 등 수주절벽 대책을 마련할 것을 박근혜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긴급 구조조정 자금을 추경으로 마련할 것을 주장해온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역시 정부 구조조정 대책에 대해 "특정산업 구조조정과 연관된 특정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다. 여기에 보편적 부담을 안기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이 동원된 것은 나쁜 선례로 국민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한국은행 발권력이 아닌 재정투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여러 이유와 압력으로 20조원 이상 되는 금액을 5대 조선사에 계속 대출해왔고 작년에도 4조원 이상을 출자전환하고 여러 자금지원을 해왔다"며 "계속해서 부실을 키워온 책임이 두 국책은행에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진단과 혁신이 정부 발표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주 미온적 혁신이고 과거의 악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자본 확충을 받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자금조달에 한국은행을 동원하려는 게 정부계획 초점이고, 책임 규명을 위한 국책은행의 혁신, 이미 어려워진 실업자 지역경제 대책 등은 구색맞춤에 불과해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은행 발권과 현물출자 모두 국회를 우회한다는 점에서 억지로 짜낸 정책조합"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이날 정부의 발표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이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누리당은 9일 국회에서 당정협의가 아닌 당정간담회를 통해 우려되는 부분을 제기할 예정이다.
◈ 20대 원구성 협상 물꼬, 더민주 국회의장 경쟁 돌입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난항을 거듭했던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8일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직 양보 의사로 진전을 이루게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장을 하시라고 야당에 양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단 선출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을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대가로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제3당인 국민의당도 지지하고 나서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는 처음부터 여당에 주기로 했고, 법사위는 의장과 반대당에서 하는 게 관례인 만큼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을 더민주가 맡게 되면서 당의 유력 후보들은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회의장단은 여야 국회의원의 표결에 따라 결정되지만 정당별 합의 결과를 존중해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찬성 표결로 지위를 인정한다. 국회의장을 더민주가 가져가면 원내의석수 비율에 따라 2명의 국회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1석씩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에서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인물은 5명으로 정세균 전 대표와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의 양강 구도다. 여기에 이석현(이상 6선)·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원혜영 의원(이상 5선)이 경합을 펼치고 있다.
더민주는 국회의장을 합의추대보다는 경선을 통해 선출해 온 만큼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몫의 국회부의장에는 비박계 5선 심재철, 4선 이군현, 친박계 4선 김정훈 의원 등이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 몫의 부의장 자리는 4선의 박주선 의원과 같은 4선이자 여성인 조배숙 의원 간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