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바늘을 뒤로 돌려…" = 지난달 25일 세무사회 이사회에서는 회장 및 감사를 대상으로 한 '중임제한 소급적용'이 세무사회 패권다툼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사회에서는 소급적용에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이 팽팽히 맞섰으나 결국 반대하는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그림자 회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세무사회 안팎에서 '하극상', '쿠데타'라는 극단적 표현이 오고갈 정도로 지난달 25일 열린 세무사회 이사회 결정이 가져온 후폭풍이 거세다.
업계 분열의 단초였던 문제를 봉합하기 위한 집행부의 결단은 집행부 내부에서 조차 변절이 발생하는 등, 개정이 아닌 '개악'이 된 채 오는 30일 정기총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 '소급입법금지', 공법상 원리 vs 사적자치 땐 타당 = 세무사회 선출직 임원(회장, 감사) 중임제한에 대해 소급적용을 반대표를 던진 이들은 회칙개정안의 소급적용이 회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다는 전언이다.
중임제한에 대한 소급적용이 회원의 참정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더 나아가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횟수의 제한 없이 회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급적용 찬성측은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이 당초 국가와 국민간의 관계에 적용되는 '공법상의 원리'이며, 세무사회칙은 세무사회원들 사이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적자치 원칙'이 적용, 중임제한 소급적용이 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서 다수 회원의 결의로 회원의 자격 및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적자치 원칙이 적용되는 단체에서 임원의 중임제한 규정을 두는 것은 회직자의 주기적인 교체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있기 때문에 개정되는 회칙에 따라 제한되는 회직 경력에 전임 임원의 경력까지 포함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본 한 중진 세무사는 "전임 회장이 무리하게 중임을 연임으로 유권해석한 뒤 3선을 한 바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일로 세무사회가 더이상 분열과 갈등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백 회장의 큰 결단을 저지한 일이 과연 세무사회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세무사는 "소급적용에 반대한 이사회 구성원들의 논리는 전임자들의 권리만 생각하고 앞으로 회직에 뜻을 가진 사람들의 권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라며 "소급적용 부칙을 삭제처리한 것이 법논리가 아닌 다른 목적 때문이라고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무사들은 물론 중진 세무사들 상당수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이 와중에 집안 싸움만 하고 있어서 되겠는가"라며 "이번 기회에 회직자 선출과 관련한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업계를 위협하는 대외적인 문제 해결에 집행부가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법률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 법률 전문가는 "세무사회원들에게 3회 이상의 회장 혹은 감사 봉직의 권리가 있다고 볼 수도 없고, 사적자치 단체들이 임원 선출에 관해 중임제한 규정을 일반적으로 둔 취지가 결국 상호견제 및 회직자 교체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의 제고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소급효 규정이 위법 부당한 것은 아니며, 국민 및 세무사회원으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현저히 박탈해 불이익을 주게 되는 과도한 소급효 규정이 위법 부당한 것"이라며 "연임 혹은 중임 제한에 관한 소급효를 인정한다고 해서 부당한 규정이라고 보기는 힘들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른 법률 전문가는 "세무사회의 구성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당하게 중임제한 규정의 시행 전 경력을 중임제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고, 회칙을 명확히 정리한다면 회칙개정의 목적과 필요성 및 이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경력자의 불이익 정도를 비교해 볼 때 소급적용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어렵다"고 설명했다.
□ 고법 "중임제한 규정, 비리 등 폐해 방지 차원" = 한편 이번 논란과 유사한 사례가 지난 2012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아파트 동대표로 선출됐던 이들이 중임제한을 명시한 아파트 관리규약의 소급적용으로 인해 대표자 선출이 무효가 되자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표지위 확인 소송이었다(서울고법 2012나18825 판결).
원고 A와 B는 지난 2010년 11월 아파트 동대표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수년간 수차례 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해 7월 개정된 바 있던 아파트 관리규약의 중임제한 규정을 이유로 이들의 당선을 무효처리했다.
이에 이들은 동대표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결했을까?
서울고법은 "시행 전 경력을 중임제한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주민의 자치기구 참여권을 소급적으로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소급적용을 해서라도 동별 대표자의 비리를 근절하고자 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고려할 때 그 효력을 부인할 것은 아니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한 "관리규약의 상위법인 주택법 시행령 상의 중임제한 규정은 다수의 입주자들에게 보다 아파트의 관리 및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소수의 몇몇 입주자들이 반복적으로 동별 대표자로 선출돼 아파트 입주자들의 이익과 상치되는 행동을 하는 등 폐해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취지 등에 비춰볼 때 중임제한 요건을 보다 엄격히 규정한 해당 자치관리규약은 원칙적으로 시행령과 중첩돼 적용되는 유효한 규범이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